< 한국의 젊은 부자들 > - by 이신영
이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평범한 동생, 동네 형,
옆집 누나, 친구들이 맨주먹으로
다시 쓴 지금 이 땅의 새로운 성공 법칙
무일푼에서 100억 원대 회사 만든
61인의 현재 진형형 성공기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본
젊은 부자들의 생각법
돈만 바라보던 어느20대
CEO의 성공과 몰락
2016년 10월, 벤처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매출 500억 청년
신화인 신발업체 스베누의 황효진(29)
대표가 갑자기 폐업한다는 소식이었다.
10~20대를 겨냥한 가성비 좋은 운동화로
큰 인기를 누린 스베누의 몰락에 벤처업계
가 놀랐다. 폐업한 이후로 이 신발은 땡처리
로 팔리고 있다. 한때 5만원 이상으로 팔리던
제품들은 일부 쇼핑몰에서 990원에 팔기도 했다.
강원도 출생인 황효진 씨는 2007년 아프리카
TV에서 BJ소닉이란 이름으로 인기를 얻었다.
각종 스타크래프트 강좌와 경지 중계로 인기를
얻었던 그는 2012년 BJ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
으로 신발팜이란 온라인 멀티샵을 오픈했다. 그
후 빚을 내 오프라인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
했는데 핵심은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이었다.
톱스타인 아이유와 송재림, 걸그룹 AOA와 전속
모델 계약, MBC 수목미니시리즈 앵그리맘 협찬,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 클로이 모레츠까지 모델
계약을 맺었다. 유명 샐러브리티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으로 효과를 본 스베누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년 장기 공식 스폰서십
계약까지 체결했다.
창업 후 100억 원의 매출에, 이듬해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황 대표는 언젠가 수억 원대에 이르
는 세계적 명품 스포츠카를 별도의 차고지에 모
으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롤스로이스를
리스해 운행하는 소식이 SNS에 퍼지자 수많은
20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폐업 직전
까지 101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처럼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동안 기업은 썩어
가고 있었다. 매출은 나고 있지만 드라마 협찬을
할 여건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며 투자
하는 등 너무 과도한 마케팅비를 썼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2014년 말
스베누의 매출액은 104억 원이지만 영업 손실이
2억 원이었다. 광고비로만 무려 20억 7000만 원을
쓴 결과였다. 건물 임차료, 인건비 등을 빼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출혈 마케팅은 2015년에도 계속되어 광고비로 82억
8700만 원이나 썼다. 이는 위메프(76억), 삼성화재(71억),
한국P&G(56억) 등 대기업 마케팅보다 많은 것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신발에서 물빠짐
이 심하다는 불만이 쇄도했다. 비오는 날 스베누를
신으면 양말이 운동화색으로 바뀔 정도였다.
그러나 스베누는 품질 개선보다는 땡처리로 긴급
하게 현금을 늘리려는 전략을 택했다. 소비자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황 대표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전국에 신발 연구개발 센터를 열어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2014년에 문제가 된 물 빠지는 신발을 리콜하겠
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모든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방만한 경영이 드러나면서 일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부산 지역 신발 제조공장 50여 곳이 6개월
간 대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밀린 금액이
200억 원에 달했다. 황 대표는 매출이 줄어들자 땡
처리 판매에 나섰다.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신발을
시장에 뿌린 것이다. 이 때문에 101곳의 가맹점들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결국 2016년 10월 온오프라인
모든 직영 샵을 폐쇄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20대 젊은 청년의 성공 신화가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업의 기본인 고개과 거래
업체,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빚을
내면서까지 자극적인 마케팅을 하며 수익 추구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비싼 해외 운동화보다 가성비가
좋으면서 디자인이 예쁘다는 점까진 좋았지만,
그 이상의 철학과 가치를 만들지 못했다.
고객이 더 찾으면 찾을수록 그만큼 악성 고객과
민원도 늘어나며 이에 대비한 품질과 서비스 개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스베누는 그를 무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의 핵심 파트너이자 자산인
가망점주들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하고 고객의 목소
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심지어 스베누 대표는
슈퍼카 수집 등 자신의 부를 늘리는 데 치중한
반쪽짜리 경영자였다.
그는 사업의 목적과 비전은 없이. 막연하게 부자가
되겠다고 외쳤다. 현금은 없지만 끊임없이 투자를
받아 마케팅을 하면 잘될 거라며 앞만 보고 가다가
망한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스베누의 안타
까운 몰락은 이름뿐인 성공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때 젊은 CEO에게 향했던 뜨거
운 열광이 순식간에 싸늘한 질타로 바뀌었다.
성공한 것보다 더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성공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자에게 성공은 독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이야기로 책의 문을 연 까닭은
앞으로 젊은 부자들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얄팍한 꼼수보다는 본질에 집중했고, 보상보다
는 과정에 집중했으며, 주변의 시선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다. 받을 것을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하는 일의
의미를 중요시했다.
돈을 벌려면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야 업의 핵심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도전은 길어야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성공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된 걸까?
100억짜리 회사 만들고 끝낼 거면
시작도 안 했어요
홍익대 중퇴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10년 만에 글로벌 회사 만든 토종 한국인
미국 뉴욕 맨하탄 8번가 근처에 본사를 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회사인 눔(Noom)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에 직원이 150명 가량을 두고
있으며, 미국 유명 벤처캐피탈회사 클라인
퍼킨스 등에서5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전 세계 4600만 명이 눔을 이용해 살을 빼고
건강을 관리한다. 사용자가 매일 앱에 기록
하는 식습관과 운둉량을 바탕으로 헬스 트레
이너, 영양사들이 실시간 채팅으로 코치해주고
목표 체중에 도달하게 도와준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 사람들이 살을 빼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가. 이런 서비스가 한 달에 10달러 밖에
안 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 성공스토리 같지만 이 회사의
설립자는 한국인이다. 그것도 유학 경험이 전혀
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눔의 정세주(37) 대표는
스펙 경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인생
궤적을 보면 코뿔소나 다름없다.
여수 출생으로 홍익대 재학 시절 음반 판매
사업으로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돌연 홍익대를 중퇴하고 무
작정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1000만 원을 모아 2007년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건강 관리 앱 눔은 2012년부터 3년 8개
월간 구글 플레이스토어 건강운동 앱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했고, 2014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는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입학해 로큰롤
CD를 파는 음악장사로 연 매출 10억 원을 내는
대학생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을 접었다. 스펙 경쟁과 안주하는 삶이 싫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교 선배에게 나중에
뭐 할 거냐 물으니 그 선배는 삼성 가야지 하더군요.
멋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창업해도 SKY대
배경이 없으면 좋은 인재를 모을 수 없습니다.
그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학벌과 무관하게 성
공할 수 있다는 미국으로 2002년 무작정 건너
갔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월세 350달러(40만 원)짜리 허름한
집에 살며 수세미, 떼수건, 방향제를 팔아 돈을 모
았다. 1000만 원을 모으고 구글 엔지니어였던 아텀
페타코프(공동창업자)를 만나 창업을 준비했다. 물론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린 것은 아니다. 한국말도 잘 못
하는 낯선 나라 사람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잘
되겠습니까.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하루 3시간
자면서 남들보다 2배 이상 노력했습니다.
헬스케어를 스마트폰과 결합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눔을 떠올렸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운동량을 체크하고, 식습관을 통제하는 최초의
서비스 눔은 다이어트에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
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08년 11월 출시한
이후 2013년 누적 다운로드 1680만 건을 기록
했다. 월 10달러를 내는 유료 모델도 안착했다.
지난 10년간의 창업도 꽤 성곡적인데, 그는
진짜 성공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부처 질병예방본부(CDC)가 2018
년 추진할 예정인 당뇨예방 사업을 따낸 것
이다. 미국에서 당뇨병 전단계인 예비 당뇨
환자는 약 2200만 명. 그런데 내년부터 정부
가 직접 나서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 눔 앱
으로 체중을 빼도록 권유할 예정이다.
실제 사람들이 앱을 다운받아 이용하면 정부는
1인당 630달러(약 70만 원)를 눔에 관리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다른 건강관리 기업 두 곳의 앱 서비스와
함께 최종 사업자로 같이 선정됐어요. 토종 스타
트업 중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사업을 딴 것은
눔이 처음이라 자부합니다. 2200만 명 가운데
0.5%만 눔을 써도 내년에 매출 800억 원, 내후년
엔 1000억 원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사업가가 어느 정도 성공의 반열에 오르면
진짜 부자를 꿈꾸게 된다.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대기업에 파는 것이다. 정 대표에게도 그
선택의 순간이 2014년 다가왔다. 4000만 명 선
에서 가입자가 더는 늘지 않았고,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회사를 매각하자
고 했다. 실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
들이 거액의 인수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그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 제의를 모두 뿌리쳤다.
실리콘밸리에는 앱으로 대박을 내고 대기업에
수천억에 팔아 단기간에 부자가 된 창업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매각한 회사가 대기업 품에서
망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건 싫었
습니다. 또 회사를 안 팔고 가만히 월 10달러를
사용자에게 받으면 그런 대로 쏠쏠하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없이 그대로
안주하면 그저 그런 중소기업으로 끝납니다. 그것도
싫고 두려웠습니다. 매출 100억짜리 회사 만들고 끝낼
거면 시작도 안했습니다. 헬스케어에서 세계 최대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가졌는데 왜 팝니까.
그의 목표는 매출 1000억 원 회사를 만들고
상장하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상황입니다. 이 토종 청년의 꿈은 진짜
크다. 그래서 일반인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이
어트 앱을 당뇨병 분야로 확장하면서 회사를
더 키우기로 했다. 당뇨병을 넘어 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앓는 사람들까지 눔을 사용
하는 꿈을 꾼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냥 3~4년 단기간에 대박을 쳐 회사를 팔고,
수백억 부자가 되어 돈방석에 앉는 것은 관심
이 없다. 이처럼 큰 비전을 외치고 다니느 홍익
대 중퇴생 CEO 밑으로 정말 많은 인재가 몰려
와 있다. 직원 수십 명이 하버드, 스탠퍼드, 프린
스턴 같은 아이비리그 출신들이고 잘나가는 국내
대형병원 의사도 눔에 합류했다.
물론 창업은 힘들다고 고백한다. 창업 이후 줄곧
하루에 4시간씩밖에 잠을 못 잤다. 연중 365일
가운데 140일만 뉴욕 본사에서 일하며, 남은
시간엔 전 세계를 누비며 영업을 하고 인재를
스카우트한다. 대학 시절로 돌아가면 다시 창업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사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올 때도 많아요. 그러나 창업은 인생의
안전지대를 계속 넘어서는 희열 넘치는 도전
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관성을
깨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상 < 한국의 젊은 부자들 > 입니다.
너무 나도 멋진 이야기입니다.
다들 한 번쯤은 생각했던 모습
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나네요. 자신의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
하는 모습과 저 열정을 닮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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