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살아있다> - by 이석연
혼돈의 시대
헌법의 길을 말하다
진정한 헌법시대의 도래와, 개헌이 화두인 시대에
헌법의 정신과 기본원리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헌법이 더 이상 전문가나 지식인
법조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온 국민이 숙지하고 소유해야 할 지적재산으로서
헌법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1호 헌법연구관이자 헌법 등대지기로 불리는 저자는
정치적 사건 중심에서 벗어나 일반 국민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중심으로
조명하면서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 사례들도 소개한다.
서문
지금은 헌법시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온 어느 고등학생이 든
피켓의 구호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배신의 정치로
몰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어느 정치인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던진 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습니다.
헌법 제1조 제1항이 문자 그대로
국민의 소유물로 바뀌는 장면들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청와대로부터 나온다.
군사독재 시절 법과대학 화장실 낙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표현입니다. 헌법이 권력자의
게임의 룰을 정한 장식물로 전락하고
국민은 헌법을 거론하기만 해도 처벌받던
살번한 긴급조치 시절, 이 표현처럼 헌법을
희화화한 것은 없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권리,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평범한 진리에
가까운 이 명제를 주인이 찾아오기까지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대통령과 그 측근 권력자들에 의해 헌법질서가
침해되는데도 헌법을 지켜야 할 권력기관 등이
방관하자 마침내 이 땅의 주인이 나섰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주인이 임명한
심부름꾼을 바꾸기 위한 헌법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
평화적인 저항권 행사는 세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저항권 행상의 모범이었습니다.
마침내 국민은 가장 큰 심부름꾼을 바로 내치는 대신
그 잘잘못을 문서로 남기기 위하여 마지막 헌법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심판대로 올렸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혁명도, 헌정 중단도 아닌 헌법에
근거를 둔 정당한 행위입니다. 국민은 또 다른 심부름꾼인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일을 제대로 하는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의 헌법 조문은 더 이상 정치적 상징
조작의 장식물이 아닙니다. 언제라도 주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과 문제가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합니다.
역사 문제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연대
시비도 헌법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이를 해결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입니다.
또한 헌법은 국민 개개인의 피부로 느끼는
생활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택시 운전 하는 분이 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부친이 사망하고 1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은행으로부터 아버지가 생전에 보증 선 돈을
갚으라는 소장을 가지고요.
당시 민법에는 피상속인 사망 시 3개월 내에
상속 포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단순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채무까지도 상속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기사 분은 부친이 남긴 재산이 별로 없고
보증채무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상속포기를
하지 않고 3개월을 넘긴 것입니다.
채무까지도 승인한 것으로 간주 된 것이지요.
저는 이 민법 조항에 문제가 있음을 간파하고 즉시
위헌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도록 절차를 밟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의 위 규정이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위헌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후 민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사망 시가 아닌
채무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을 가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이 헌법의 힘을 피부로 느끼는 사례입니다.
헌법은 추상적, 선언적 규범이 아닌 재판규범, 또는
생활규범으로서 국민의 삶 속에 새겨지고 있습니다.
헌법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 출범 후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서
5년간 헌법실무를 맡았으며 1994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헌법소원을 통한 공익소송을 활성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150여 건의 헌법소송을 기획, 또는 수임하여 그중
30여 건의 위헌 결정을 받음으로써 위헌적인
법과 제도를 바꿨습니다.
헌법의 재판 규범화, 생활규범화를 통하여 헌법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놓는데 나름대로 기여하였다고 자부합니다.
지금도 헌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기대하면서
헌법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헌법의 정신과 기본 원리를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써보려는 오랜 생각의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숙지하고 소유해야 할 지적재산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1장과 2장은 일반인이 헌법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부지불식간에 지닐 수 있게 평이하면서도
때론 깊이 있는 설명도 곁들이면서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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