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 by 이명수
나는 원래 스스로 걸었던 사람이다. 내 존재가
부정당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 주는 세상,
마음속 지옥 하나 품고 사는 우리들
지금의 고통과 혼란에서 스스로 탈출 할 수
있도록 지지와 공감으로 안내하는
이명수의 마음 처방전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득한 세상을 지나는 이에게
심리기획자 이명수가 전하는 탈출 지도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들은 옳다
무릎 꿇게 하는 현실에서 나를
지켜주는 치유의 시와 이야기
서문
알기만 해도
나는 가진 게 많다. 거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할 만큼 결핍감이 없다.
콤플렉스도 없고 상처로 인한 뒤틀림도
없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따위의
뼈저린 회환도 없다. 여한도 없다.
이게 뭥미?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잠깐만. 그렇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다.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을
비교적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 혼자 힘은 아니다. 이 세상에
심리적 금수저는 없다. 심리적 금수저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던 건
세월에 더해 연인이자 도반인 치유자 정혜신
덕이다. 나무둥치에 꽂힌 빨대로 수액을 얻듯
심리적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인정이라는 수액을 끊임없이 공급 받았고
몸을 뒤집기만 해도 집안의 경사였던
아기 때처럼 무엇을 해도 칭찬 받았다.
인정과 칭찬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아무리 부어줘도 계속 배가 고프다.
어린아이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똑같다. 더 많이 필요한데 공급은
외려 줄어든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채워지지 않는다.
내 경험상 예순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하다.
더 젊은 성인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다.
드디어 수십 년간 빨대 꽂고 공급받다
보니 채워졌다. 안다. 나는 복 받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을.
그간의 공부와 현장치유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 마음속은 대체로 지옥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최소한
아수라다. 문장 완성 심리검사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아버지는 ______ 이다 라며
뒷부분 빈칸에 주관식으로 문장을 채워
넣는 식이다. 박사 과정에 있는 어떤 이가
내가 행복하려면 _______ 문장의 뒷부분을
이렇게 채워 넣었다.
내가 행복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몽당연필로 눌러 쓴 듯한 괄호 안 문장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좋은 학벌, 윤택한 집안, 빼어난
외모를 가진 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답이란
느낌 때문이다. 적어도 외형상으론 유추
가능하지 않는 답이다.
어떻게 그런 이가 자신은 다시 태어나야만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게 됐을까.
내가 무슨 노력을 하면 된다거나
누구와 함께 있으면 되겠다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야 행복할 수 있겠다는
그 마음 상태가 지옥이 아니면
무엇이 지옥이랴.
재난의 현장이 아닌 일상에서
지금 내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을
숱하게 만났다. 예외인 사람들을
꼽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몇 년째 고통받고 있는 후배가
있다. 그 후배에게 간간이 카톡에
점 하나 찍어 보내는 것으로라도
생존 안부를 전하라고 했다.
얼마 전 만났을 때, 그 후배는 아직도
아침마다 눈을 뜨면 죽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덮쳐온다며 그게 무섭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다가 내가 말해줬다.
너 이제 안 죽어. 위험한 시기는 지난
거 같아. 왜 그러냐면. 눈 맞추고 내
말을 듣던 후배가 눈물이 그렁해서 말했다.
고마워요, 형. 진짜 무서웠거든요.
문득 카페 창밖을 바라보다가 저기
가는 사람들 모두가 크든 작든 지금
내 앞의 후배처럼 마음속에 지옥
하나씩 가지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논리적으로도 직감적
으로도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시리아나 아우슈비츠럼 객관적 지옥도
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주관적
지옥들이 있다. 고통의 시한이 정해져
있으니 차라리 사형수가 더 낫겠다는
무기수의 은밀한 한탄도 그의 입장에서
옳다. 드라이아이스처럼 시간이 지나면
휘발될 고통도 현재의 내게는 피부를
태우는 듯한 화상이다.
이상 <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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