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 by 박원갑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마음은 왜 다른가


부동산학 박사 박원갑이 직언하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동산 생각법


국내 최초로 부동산과 심리를 본격

분석한 의미 있는 경제교양서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해도

시장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의 축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해부하다.


부동산 시장은 인간의 이중성이 극단적으로

투영되는 욕망의 공간이다.


어째서 다들 자기 동네가 최고라는 걸까?


우리는 낯익은 대상에 호감을 갖는다.

콘크리트 건물도 처음에는 삭막한 시멘트

덩어리지만 정들면 자식같이 사랑스럽다.


집 앞의 볼품없는 야산도 자주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우리는 호감과 비호감의

이유를 대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익숙한 것은 좋은 것을 넘어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근성 편향이 작동하는 것이다.


집 판 돈 그래도 갖고 있으면 왜 불안할까?


골키퍼들은 가운데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어느 쪽으로든

몸을 날린다. 나중에 방향이 틀렸어도 덜 괴롭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집 판 돈을 통장에 그냥 넣어두고 있으면 불안하다.

물가가 오른다는데 다시 부동산을 사둬야 하는 건 아닌지

주식에라도 투자해서 수익을 얻어야 하는 건 아닌지 싶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고통을 잘 참지 못한다.


왜 전문가들도 매도 호가에 휘둘리는 걸까?


파는 사람은 무조건 높게 부르고

사는 사람은 최대한 낮게 부르는 것이 바로 가격이다.

매수자는 뻔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매도 호가가 높제 제시되는 순간 혹시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최초로 제시한 가격이 판단 기준

즉 닻이 되어 싫든 좋든 그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들은 그 숫자가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어느새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해버린다.


요즘 젊은 층은 왜 집을 사지 않을까?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층이 집을 사지 않는 것은 집값이 향후

오르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일까 아니면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요즘의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보면 후자 쪽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나 생각된다.


집값 급락으로 고통을 겪는 하우스 푸어를 지켜본

입장에서는 주택 구입=하우스푸어=손실을 

쉽게 연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는 아파트 통(痛)


우리에게 아파트는 어떤 존재일까?

흔히 내 집을 마련한다고 하면 대체로

아파트 장만을 의미한다.


아파트는 서양식 고층 콘크리트 건물 형태의

공동주택이다. 지난 1970년대 본격적으로 들어선

아파트는 어느새 전체 주택의 10채 중 6채에

이를 만큼 대한민국 집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산층이 되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는 바로 중산층의 역사,

재테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는 것은 중산층 신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행운의 열차 티켓을

장만하는 일이었다. 


이는 아파트 값 상승 행진이 계속되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티켓을 장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생을 했지만 종착역에 도착해서는

큰 보상을 받았다. 심지어 분양가의 곱절까지

올라 대박을 터뜨렸다.


신규 분양에 이어 재건축 아파트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성공 신화를 낳았다.

아파트는 사두면 적어도 가격이 떨어지진 않는

마을 뒷산의 큰 바위 같은 듬직한 존재였다.


아파트에 대한 믿음은 시간이 지나 맹신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아파트 불패신화다.

이 불패신화가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주거 역사에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나타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사람들이 아파트로 돈 버는 궁리만 하다보니

어느새 재테크 두뇌도 발달했다.


친숙함과 익숙함이란 어찌 보면 무서운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처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너무 익숙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안방 장롱을 대하듯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재테크라는 말은

아무 거리낌없이 회자되었다.

아파트 재테크는 남산이나 한강만큼이나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파트 재테크는 어파트먼트에 일본식 자산관리

용어인 재테크를 합친 말이다. 아파트 재테크는

온 가족이 사는 안락한 삶의 공간보다는 시체 차익을

올리는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압축 상징한다.


돈을 벌기 위해 아파트를 사고파는 재테크 행위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집값이 계속 올랐기에 사람들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동만이

미덕으로 칭송받았다.


사유는 그런 행위를 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이리저리 살피기보다 남들을 모방하거나 혹은

시장에서 알려진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게 재산을

불리는 데 효과적이었을뿐더러 가장 훌륭한 

재테크 방법으로 통했다.


아파트 재테크는 모든 사람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욕망 달성의 아비투스가 되었다.

투자만 하면 금방 대박이 터질 것 같았던 아파트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욕망의 집어등이었다.


어선의 환한 램프 불빛에 이끌려 몰려드는 동해의

오징어처럼 아파트 드림을 찾아 몰려든 것이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다.


아파트는 돈을 벌기 위한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 버블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폭주 기관차는 계속해서 달릴 수 없는 법이다.

폭주 기관차가 멈추자 재테크 시대의 아파트 공화국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졌다. 아파트 값이 급락하면서

아파트를 통해 부를 일궜던 수많은 중산층의 재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가격의 급락은 고통을 부르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 펀드 투자 손실로 고통을 겪은

펀드 통에 이어 아파트 통으로 끙끙 앓았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두 차례 맹목적 투자 열풍의

거친 후유증을 겪은 셈이다. 요즘 일부 지역에서는

바닥에서 치유의 새살이 돋고 있으나 그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이제까지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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