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자들> - by 베르트 테 빌트

오늘의 디지털 원주민은

내일의 디지털 폐인이 될 것

인터넷 의존증이 바꿔놓은 세상

온라인 게임, 사이버 음란물, 소셜

네트워크 중독 등 심각한 인터넷 의존

증상으로 삶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시대



<디지털 중독자들>이 인터넷 중독이라는

주제와 친숙한 한국에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과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야를 확장시키기를 기대해봅니다.


또한 이 책이 인터넷 중독이라는

중요한 주제와 관련하여 독일과

한국 양국 간의 활발한 교류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게임에 중독되어서

학교를 나오지도 않고 폐인이 된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는 지금 쯤 어떻게

살고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직접적으로 중독 된 사람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디지털 중독자들>의 책을 읽다

보니 더 점점 몰입하게 되었나봅니다.

디지털은 양날의 검입니다. 활용을

잘하면 이보다 더 좋은 매개체는

없지만 잘못된 활용을 하는 순간

자신의 목에 칼을 들어오는 것 과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중독자들>

Chapter 1 - 남용에서 중독까지


20대 초반의 여성이 먼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한 남편을 따라 이사를 했다. 얼마 후

그녀는 임신을 했지만, 의도치 않게 유산한다.

그 후 둘의 관계는 깨졌고 결국 헤어졌다.

그녀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

으므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도시에서

새출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누구와도 접척할 기회가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그녀는 외로움과

슬픔에 빠져 집에만 머무르며 줄곧 인터

넷에 접속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속에서 다른

게임 유저들과 함께 가상의 세계를

건설함으로써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게임에 매달릴 때도 많았다.


그녀가 보여준 치료일기에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적혀 있다.


- 그러고 나서 나는 인터넷을 알게

되었고, 나를 보호해줄 공간을 만들었다.

네모난 모니터 속에서 나는 다시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가면을 쓰고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아무리 게임을 해도 일상

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 자신과도, 다른 누구와도

원만히 지낼 수 없었으므로 잠을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 내가 숨 쉬고

있었던 것은 단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위해서였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가 빠져 있던 게임의 내용은

중세 네덜란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해당 게임 속에서 그녀는 다양한 캐릭터를

수행했는데, 특히 남성의 역할을 자주 맡았다.

심지어 오랫동안 사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게임은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무언가를 가지러 가거나 동네 앞

상점을 다녀오느라 잠깐 컴퓨터를 앞을 떠나

있기라도 하면 게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점점 더 마음이 불편해졌다.


밤낮없이 게임 캐릭터의 가면 뒤로 자신을

숨겼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과 바깥세상을

향해 시선을 줄 틈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졌다. 그녀는 현실적인 자아, 생존을

위한 육체의 기본적인 욕구, 경제 여건을

전혀 돌보지 않고 있었다. 퇴거 소송을

당해 거리에 나앉게 되어서야 비로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다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지옥 같은 게임에서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누가 제발 이 공포영화

같은 현실을 좀 중단시켜주세요. 결국

부모가 와서야 그녀는 게임과 형편없는

생활공간,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서문


미디어라는 것에 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아버지와 심한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1969년에 태어난 나는 80년대

말 아버지와 미디어가 인간에 미치는

악영향을 놓고 설전을 벌일 때만 하더

라도 인터넷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당시 아버지를 끊임없이 격분하게

만들었던 것은 세상에 나온 지 30년도

더 되었지만 채널수는 여전히 3개에

머물러 있던 TV였다. 그래도 TV는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미디어였다.


아버지가 미디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이유는 그것이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미디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을 반영해줄

뿐 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당시 내게

심리학에 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미디어는

사람들이 투영하는 것만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아버지께 알려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의 모든 내용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깊숙한 내면을 미디어에

옮겨놓는 과정에서 미디어는 자체적으로

역동성을 띠게 되었다. 미디어의 이러한

역동성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과거에

아버지와 내가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90년대 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는 인간과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을 학문적으로 연구

하기 시작했다. 의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심리치료를 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 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심리치료와 미디어를

연관 지어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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