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격자들> - by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제2차 세계대전을 증언하는
어린이들의 목소리 두터운
봉인을 뜯고 나온 이들 목소리는
부서져 사라지지 않고 소름끼치는
악을 드러내며 우리 기억과 역사를
납빛으로 물들인다.
4년여의 전쟁 동안 슬픔은 발육과
성장을 멈추게 했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으며, 하룻밤
새에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만들었다.
러시아 대문호의 질문 한 가지
언젠가 도스토옙스키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평화와 행복, 심지어 영원한
화합을 위한 변명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죄 없는 어린
아이가 그것을 위해, 혹은 그 견고한
토대를 위해 한 방울 이라도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그 자신은 이렇게 답했다.
어떤 진보도, 어떤 혁명도, 어떤 전쟁도
그 눈물에 대한 명분은 될 수 없다.
언제나 눈물이 더 중요하다.
오직 그 작은 눈물 한 방울이
· 러시아에서는 1812년에 나폴레옹
군대와 치른 전쟁을 1812년 조국전쟁
나치 독일과 치른 전쟁을 대조국전쟁
이라 일컫는다.
· 대부분 튀르크계 종족으로 튀르크어를
쓰며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오늘날 타타
르스탄 공화국의 주민 대다수를 이루며,
그 밖에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에도 분포해 있다. 타타르인의
언어와 종교 및 문화는 거주지의 문화로
부터 영향을 받아 지역별로 다른 모습을
띠기도 한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타타르라는 명칭은, 몽골족과 튀르크계
민족을 포함하여 아시아의 스텝과
사막에 사는 유목 민족을 총칭했다.
· 이란계의 후손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사는
민족이다. 주로 타지키스탄에 살지만, 아프
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화민국, 이란 등지에도 분포해 있다.
<마지막 목격자들>의 본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빠는 뒤돌아보기를 두려워했어요
제냐 벨케비치 - 여섯 살
현재 - 노동자
1941년 6월 기억해요. 난 아주 어렸지만
모든 것을 기억해요. 평화로운 생활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옛날이야기예요.
밤이면 엄마는 이야기책을 읽어주셨죠.
내가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황금 물고기
에 관한 것이었어요. 난 언제나 황금 물고기
에게 소원을 빌었답니다.
황금 물고기야 작은 황금 물고기야
여동생도 빌었죠. 그 아이는 나와 달리
창꼬치의 명령에 따라, 나의 바람에
따라 라고 빌었어요. 우리 바람은,
여름에 할머니 댁으로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이었어요. 아빠는 매우
쾌활한 분이셨죠.
아침에 무서운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깼어요. 어떤 낯선 소리 때문에요.
아빠와 엄마는 우리가 잔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여동생은 나란히
누워서 자는 척하고 있었어요.
난 봤어요. 아빠가 엄마에게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어요. 얼굴에도, 손에도
입을 맞추었죠. 깜짝 놀랐어요.
아빠가 엄마에게 그런 식으로 입을
맞추는 모습을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부모님은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나는 창문으로 달려
갔죠. 엄마는 아빠 목에 매달려 놓아주지
않았어요. 아빠는 엄마를 떼어놓고 달려
갔어요. 엄마가 아빠를 쫓아가더니,
꽉 붙잡고서 뭐라고 부르짖었어요.
그 순간, 나도 큰 소리로 외쳤어요.
아빠! 아빠! 여동생과 남동생 비샤가
잠에서 깼어요. 여동생은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는 아빠하고 소리쳤어요.
우리는 다 함께 현관 계단으로 뛰쳐
나갔죠. 아빠 아버지는 우리를 봤어요.
내가 지금 기억하기로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떠났어요.
심지어 뛰어갔답니다.
아빠는 뒤돌아보기를 두려워했어요.
해가 내 얼굴을 비췄어요. 몹시 따뜻
했어요.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요.
아버지가 그날 아침 전쟁터로 떠났다는
것이 나는 몹시 어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를 마지막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네요. 난 너무도
너무도 어렸어요.
내 기억 속에서는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전쟁이란 아버지가 없는 시간
이라고 그 다음에는 검은 하늘과 검은
비행기를 기억해요. 대로변에 우리 엄마가
두 팔을 벌린 채 누워 있어요. 우리가
엄마에게 일어나라고 애원해도,
엄마는 일어나지 않아요. 일어나지
않아요. 군인들이 엄마를 비옷에
싸서 바로 그 자리에, 모래땅 속에
묻었어요. 우리는 울부짖으며
애원했죠.
우리 엄마를 구덩이에 묻지 마세요.
엄마는 깨어 있어요. 우리와 함께
계속 갈 거라고요. 커다란 딱정벌레
같은 것이 모래땅 위로 느릿느릿 기어
다녔어요. 엄마가 땅속에서 그 벌레들과
어떻게 지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 어떻게 엄마를 찾지? 어떻게
다시 만나지? 우리 아빠한테는 누가
편지를 쓰지? 한 군인이 물었어요.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니?
난 이름을 잊고 말았어요.
얘야, 성은 뭐니?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우리는 계속 엄마의 흙무덤 옆에 앉아
있었죠. 밤이 되어서야 누군가 우리를
거두어 첼레가에 태웠어요. 첼레가에는
아이들이 가득하더군요. 전부, 우리를
데려간 그 할아버지가 길에서 거둔
아이들이었죠. 낯선 마을에 도착했어요.
낯선 사람들이 우리를 농가에 나누어
보냈어요. 난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눈으로 보기만 했죠.
그다음으로는 기억나는 것은 여름이에요.
찬란한 여름, 낯선 여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요. 난 울음을 터뜨려요.
그러고는 말을 하기 시작해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하죠.
아빠가 어떻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를 떠났는지 엄마가 어떻게 누워
있었는지 딱정벌레가 어떻게 모래땅
위를 기어다녔는지 여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그 여자가 엄마와 닮았다는 걸
전쟁을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전쟁을
경험한 아이가 커서 그 기억을 통해
말하는 <마지막 목격자들>을 사연을
보다 보면 울컥하게 됩니다.
사연들에 있는 그 상황에 대해
나였으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지금도 이렇게 웃으면서 잘 지내면서
살고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 싫어하겠지만..
이상 <마지막 목격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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