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영향력> - by 조나 버거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99.9퍼센트는
타인에 의해 이뤄진다. 와튼스쿨 마케팅학
최고 권위자가 전하는 대중의 행동을
좌우하는 비밀스러운 힘
서문
당신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최근에 당신이 했던 선택을 떠올려보자. 아침식사용
시리얼 고르기, 관람할 영화 고르기, 혹은 점심식사를
할 장소 정하기 등 어떤 선택이든 좋다. 데이트 상대를
정하거나 정치적 지지후보자 결정 또는 직업 선택 등
더 중요한 결정을 떠올려도 좋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왜 특별히 그 사항을 선택했는가?
이는 쉬운 질문처럼 보인다.
대개 마음속으로 다양한 이유를 떠올리겠지만 모두
같은 방향, 즉 당신을 가리킨다. 선택은 당신의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도, 호불호가 작용한 결과다. 당신은 배우자
에게서 유쾌함이나 매력을 발견했을 것이다. 당신은 정치적
입장이 같기에 그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개인적인 사고와 견해에 따라 이뤄진다는 개념은 너무나
명백해서 재고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타인은 미처 의식할 겨를도 없이 우리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람들은 누군가 투표를 하면
같이 투표를 하고, 다른 사람이 먹으면 덩달아서 많이 먹고,
최근에 이웃이 그랬듯 새차를 산다. 사회적 영향력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 의료보험 선택, 학교 성적, 그리고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은퇴를 대비해 저축을 할지 주식 투자를
할지에 대한 선택, 기부금 내기, 조합 가입, 에너지 절약,
그리고 새로운 혁신안 도입 등에도 작용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99.9퍼센트는 타인에 의해 이뤄진다.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결정이나 행동은 찾기 힘들다.
사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통틀어 우리가 사회적 영향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딱 하나뿐이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나는 사회적 영향력의 과학적 측면, 즉 타인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자전거로
캘리포니아 주 팰러앨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BMW를 찾았다.
팰러앨토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주거비가 높기로 유명한
동네다. 스톱옥션과 기업공개로 많은 주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졌으며
집값부터 사립학교 수업료까지 모든 비용이 치솟았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대리점이 도처에 있으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식사
비용은 1인당 200달러 가까이 된다. 이 도시에서 BMW를 찾는 건
마치 이스터에그 찾기 같았다. 그 차가 어딨는지 확실하게 알 방법이
없으므로, 미약한 직감과 약간의 행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BMW 특유의 외양과 로고를 찾아
자동차들을 살피면서 골목 이곳저곳을 천천히 누볐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멈춰 서서 어디로 가야 성공할 기회가
더 많을까 가늠했다. 왼편 치과로 가야 할까? 치과의사들은
좋은 차를 몰곤 하니 그곳 주차장에서 하나 건질지도 모른다.
오른편 고급 식료품점은 어떨까? 한번 돌아볼 만하지.
BMW를 발견할 때마다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자동차
와이퍼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워넣었다. 물론 우리는 영업하려는
게 아니었으므로, 정비소 쿠폰이나 정밀세차 광고 전단은 아니었다.
프린스턴대의 에밀리 프로닌 교수와 나는 BMW 차주들의 자동차
구매에 어떤 요소가 작용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동차
구매 결정에 어떤 요소가 영향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그러한
요인이 누군가의 BMW 구매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
하는지 알고 싶었다. 설문지에서 우리는 가격이나 연비 혹은
브랜드 신뢰도와 같은 기본 요소 외에도 사회적 영향력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친구의 의견이 당신의 구매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해당 차종을 유명인이나 고위층 인사들이
타고 다닌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응답자는 두 종류의 설문에 각가 답해야 했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아는 BMW 운전자에 관한 것이었다.
타인의 BMW 구매에 가격이나 연비 같은 요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유명인이나 고위층 인사가 비슷한 차를 탄다는 게 타인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가? 그날 자전거로 도시 구석구석을
빙 돌고 나자, 백 대 이상의 BMW에 설문지를 남겨놓을 수 있었다.
응답자가 설문지를 다시 우편으로 보낼 수 있게끔 회신용 봉투와
함께 놓아뒀다. 그러고 나서, 기다렸다.
첫날, 그날따라 집배원이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우편함을 열자
실망만 돌아왔다. 한 뭉치의 쓸데없는 쿠폰들과 가구 카달로그뿐
이었다. 회신은 전혀 없었다. 다음날, 나의 낙관주의는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우편함을 지나치며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때부터 걱정이 됐다. 사람들이 설문지를
무시해버린 게 아닐까? 회신용 봉투가 바람에 날아간 게 아닐까?
셋째날이 되자 우편함을 들여다보기가 두려우었다. 만약 여전히
아무 응답이 없다면, 다시 나가서 새로운 BMW(혹은 다른 접근
방식)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편함 구석에, 드디어 기다려왔
던 설문지가 도착해 있었다. 며칠 전 자동차와 와이퍼에 끼워둔
작고 하얀 봉투였다. 그다음날에는 더 많은 회신이 왔다.
그날 이후 한 다발 정도가 더 도착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우리는 설문지를 분석해 자기 자신과 타인에 관해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비교했다. 그들의 BMW 구매에 영향을 미친 요소와
타인의 BMW 구매에 작용했다고 여기는 요소를 각각 비교했다.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당연하게도 응답자들은 가격이나 연비 같은
요소를 중요시했고, 타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여겼다. 자신들의
BMW 구매에 가격은 큰 영향을 미쳤고, 다른 사람의 BMW 구매에도
가격이 비슷하게 높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자 태도가 바뀌웠다. 응답자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중시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 영향력을 인지했다.
자동차 구매 결정에 지인들의 의견이나 유명인이나 고위층 인사의
해당 차종 구입 여부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자동차 구매에 사회적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선선히 인정했다. 단, 자신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
이 책은 우리의 행동에 작용하는 단순하면서도 미묘하고,
때로는 놀라운 타인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다. 과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물리학이나 화학을 떠올린다.
시험관과 현미경 그리고 이중나선 구조의 꼬인 분자 모형을
떠올린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과 화성인의 글씨처럼
마구 휘갈겨 쓴 방적식으로 가득한 칠판이 놓인 실험실을
연상하기도 한다. 당신이 그러니까 로켓과학자 정도는
되어야 이해 가능한 대상이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잡한 연구실에서만 과학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매일같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추김 때문에 좀더 위험한 결정을 내린다. 매디슨과 소피아라는
이름이 요즘 유행하고 있으니 아이 이름을 미아라고 짓는다.
심지어 낯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판단이나
결정에 놀랍도록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복지 정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이를 민주당이 지지하느냐 공화당이 지지하느냐
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정책의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말이다.)
마치 원자가 서로 반응하듯이,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모습과 행동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과학,
즉 사회과학은 당신이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부터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과정까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상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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