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 by 탠시 호스킨스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라는
사회/정치 도서입니다.
아동 노동 착취, 환경 파괴,
섭식장애, 인종차별 등
패션에 가려진 자본주의의
올을 풀어헤치다.
예술 형식으로서 패션은 이데올로기에서
복잡한 역할을 담당한다.
패션은 억압적인 동시에 해방적일
수 있고, 영예로운 동시에 끔찍할 수 있고,
혁명적인 동시에 반동적일 수 있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그리고 모든
사회적 현실이 그렇듯 패션은 모순을
타고 났다.
이 책에 담긴 엄청난 모순들을 덮고
숨기는 지배 문화의 능력이야말로
왜 사람들이 끊임없이 저항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이다.
즉 패션은 더 밝은 미래의 꿈을
향해 우리를 밀어 보내고 고무시킬
수 있지만, 철저히 억압할 수도 있다.
패션은 권력에 저항하는 동시에
너무나 흥미로운 권력 형태이기도 하다.
-본문에서
서문
패션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방콕의 보배타워에는 태국 최대의
도매시장이 들어서 있다.
그곳은 산더미처럼 옷이 쌓인
부스들로 이루어진 지하 미궁이다.
2013년초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
나와 친구들은 그 미궁에서 길을
잃어 결국 의도치 않게 입구로
돌아갔다.
전화로 레오 사이, 레오 사이(좌회전)
그리고 레오 쿠아(우회전)하고
길안내를 받았다.
옷들로 이루어진, 천장이 낮은
그 미로를 헤집고 마침내
빔 디자인에 도달했다.
빔 디자인은 문을 연 지 10년째로
닌 씨 부부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부스에는 수거를 기다리는
정장 바지들 멀끔한 출근복과 턱시도
그리고 검은색, 남색, 회갈색,
회색의 하렘 팬츠의 짐 더미가
높다랗게 쌓여 있다.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자.
닌 부인은 2008년 이후 영업
실적이 40퍼센트 가까이 떨어졌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경제위기로 패션 산업 전체가 불황을
겪으면서 빔 디자인과 다른 수많은
회사들에 들어오는 주문량이 확 줄었다.
수요가 감소하자 다른 공급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화 도중 계속해서 쿠칸강이라는
경쟁사 이름이 언급됐다.
보배타워의 미궁 속에는 천 개가
넘는 공급업체가 있기에, 바이어들은
최저가를 제시하는 업체를 찾아 계속해서
부스를 옮겨간다.
어떤 부스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옆 가게로 건너가면 그만이다.
보배타워에 위치한 공급업체들이
바이어들에게 받는 이러한 지속적인
가격 인하 압박은 패션 산업의 특징이다.
가격 인하 압박 때문에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모든 회사가 더 값싼
노동력을 찾고, 임금을 깎고, 환경 기준을
위반해가며 더 싼 원료를 찾아 헤맨다.
빔 디자인은 비용 절감을 위해 더이상
방콕에서 바지를 재봉하지 않고,
그 대신 방콕에서 재단한 천을
이산 태국 북부에 위치한 가난한
지방으로 보낸다.
이산에서는 가내수공업자들이 바지를
재봉하는데, 주문량 40퍼센트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다.
닌 부인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손으로는 완성된 바지의 바짓단과
단춧구멍에서 실밥을 잘라낸다.
여기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못
버틸 것이라고 부인은 말했다.
패션이라는 단어에는 개념적인 불순성이
존재하는데, 누군가는 이 책 역시
거기에 한몫 보탠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샤넬에서 월마트까지, 루부탱에서
테스코까지 여러 회사들을 함께 다룬다.
이처럼 하이 패션과 하이 스트리트 패션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다루는 방식을 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하이 패션과 하이 스트리트 패션
간의 경계가 흐릿해져서다.
2013년 봄, 리버아일랜드는 톱숍과
위슬스와 더불어 런던 패션 위크에 참가했다.
그런가 하면 제이크루는 뉴욕에서 쇼를 했고
H&M은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서 쇼를 열였다.
베르사체, 마르니, 스텔라 매카트니, 랑방과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모두 H&M을 위한
컬렉션 작업을 했다.
아이작 미즈라히, 미소니와 프라발 구롱은
미국에서 타킷을 위해 디자인을 했고
장 폴 고티에와 칼 라거펠트는 둘 다
코카콜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바 있다.
유명한 쿠튀르 의상실들의 수익을
책임지는 것은 5만 달러를 호가하는
드레스가 아니라 향수와 배스오일의 판매다.
대량 생산 선글라스, 잇백, 복서 쇼츠, 화장품,
쿠튀르라고 쓰인 라벨이 붙은 디자이너
티셔츠와 청바지가 하이 패션 산업의 수익
대부분을 충당한다.
이웃 공장에서는 잇백을 만들고 있는데,
왜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야기한 오염만을 거론하는 걸까
톱숍과 H&M이 똑같이 배타적인
미의식을 선보이는데 어째서 파리와
밀라노 패션쇼에서의 신체상과
인종 표현만을 문제삼을까?
왜 가장 저가인 브랜드들에
관련해서만 과소비 문제를
걸고넘어질까?
패션은 사회적 산물이다.
위대한 작품을 낳는 모든 원료와
기술은 사회적으로 생산된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에게 사회적으로
생산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가장 갈채받는
디자이너에게는 사회적으로 생산된
연필과 종이, 원료 그리고 스승들과
역사에 따르고 맞서면서 배운 일련의
기술이 필요하며, 디자인 팀, 관리자들,
재무담당자들, 그리고 흔히 가족을
포함하는 스태프들의 막대한 도움이
말할 것도 없디 뒤따른다.
자라 같은 브랜드들에 숱하게 걸려있는
저작권 소송들을 보면 하이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하이 패션 회사들 또한
아이디어와 브랜드의 대중화를 위해
하이 스트리트 패션에 기댄다.
사회적 생산의 무시는
패션의 신비화로 이어진다.
이 책의 목적은 패션 산업과
그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실타래를
풀어헤쳐 이해를 도우려는 것이지,
공들여 만든 신비주의를 더하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하이 패션은
어떤 특별한 지위에도 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책은 단순한, 사유 가능한
패션의 정의를 사용한다.
일군의 사람들이 채택한 옷과 외양의
변화하는 스타일.
이는 일각에서는 포로크루스테스로
정한 침대 길이를 기준 삼아 사람들의
다리를 꿰어 맞춘 신화 속 같다고
비난받는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입장이다.
부르고뉴 공국을 1400년대에
패션의 요람으로 명명하기도
했거니와, 패션이 자본주의와
구별하기 힘든, 전적으로 유럽적인
개념이라는 주장이 있다.
나는 패션의 기원에 관한 이러한
분석을 논박하지는 않되, 이 정의가
패션을 역사적으로 부유한 백인들의
것으로만 한정시키는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를 제기한다.
이 제한된 부류 바깥에 놓이는
사람들은 패션을 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만연해 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에서
내놓는 것은 패션이고 그 외
지역의 모든 이가 내놓는 것은 그냥
옷이나 의류라는 식이다.
다른 모두, 그러니까 전 세계의 대다수는
패션 없는 사람들로 폄하되고, 이는 곧
역사 없는 사람들 이라는 말이다.
탄자니아의 초대 대통령인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이렇게 선언했다.
식민주의의 악행 가운데 우리에게
그 어떤 토착 문화도 없다고 믿게
만들려는 것 혹은 우리의 문화가
무가치하다고 믿게 만들려는 것만큼
사악한 짓은 없다.
이러한 인종차별적 접근법은 비인간화를
허용하고, 이른바 제3세계에 대한
죄의식 없는 착취를 용인한다.
마르크스주의 예술비평가 존 버거가
썼듯이, 제국주의가 궁긍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원료, 착취 노동력
그리고 통제된 시장이 아니다.
그 어떤 셈에도 들지 않는 인류다.
오늘날의 디자인과 생산 양태를 감안하면,
패션을 서구의 것으로 정의하는
행태는 한심할 정도로 시대에
뒤처져 보인다.
중국, 콜롬비아, 인도와 나이지리아 같은
여러 나라에서 패션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고, 동시에 신자유주의와 긴축재정으로
유럽의 임금이 크게 낮아진탓에,
기업들은 곧 유럽 소비자들보다
더 큰 구매력을 가질 듯한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발버둥칠 전망이다.
이런 모든 이유에서 나는 일부러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면서, 정신적이지
않고 물질적인, 그리고 패션 산업을
신비화하지 않는 패션의 정의를 택했다.
현실은 신비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2008년에는 백만 명 이상이 모여 사는
악명 높은 슬럼가인 인도 뭄바이의 다리바로
답사를 간 적이 있다.
우리는 머리 위로 늘어진 것들을 헤치며
옷을 꿰매느라 시력을 잃어가는 아동
노동자들로 가득한 작업장들이 늘어선
복도를 걸어갔다.
많은 작업장들이 숙식 공간과 노동 공간을
겸했는데, 그 맨 위에는 온 가족이 모여
사는 방들이 있었다.
우리는 어느 베틀 앞에 일렬로 앉아
작업중인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다른 아이들은 딱딱한 나무 판자로 된
맨바닥에 앉아서 럭셔리한 숄에
비즈를 달고 있었다.
작은 비즈들은 작업하기 까다로워서
조그만 손가락이 필요하죠.
우리 가이드가 서글프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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