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 by 임춘성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힘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휘둘리지 않고, 헤매지 않고
혼자 속 끓이지 않고
스스로 중심 잡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법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는
거리 조절에 실패했을 때 벌어진다.
한 공학자가 알려주는 시스템적 세상살이
나와 너,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고민들을 직설적으로 풀어보는 시간.
세상을 인생을 관계를 부분의 합인 시스템으로
보면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가려져 있던
해답이 드러난다. 뭉뚱그려진 감정을
나누고 쪼개서 구석구석 정리해보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린다.
20여 년간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선생으로 살아온 공학자가
세상을 보는 기술
세상을 사는 기술 8가지를 소개한다.
나
나는 나에게
어떤 나인가요?
그렇게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확실한가요?
거리를 둔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애인이 잠시 떨어져 지내자고 한다거나
친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멀리하는 느낌? 소용돌이 같은 싸움판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요모조모 사태를
파악하는 장면도 떠오릅니다.
너무 가까워지면 휩쓸립니다.
휩쓸리면 정신없고 괴롭죠.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면 소외됩니다.
소외되면 쓸쓸하고 불안하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요?
현미경도 쓰고 망원경도 쓰면서
숲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중심 잡고 잘 살 수는 없을까요?
프롤로그
SNS로 정보와 뉴스들이 폭발적으로
밀려들어옵니다. 거기 휩쓸려 내
일상생활이 유지가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은 더더욱 그랬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스펙터클 어드벤쳐
같은 뉴스들 덕분에 더더욱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든 사건이든 정확히 판단
하려면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고
사실 여부를 몰라서 혼자 속 끓이지 않습니다.
나와 너 사이에, 나와 세상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면, 정말로 우아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끔 생각을 해봅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로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이라면 그때에도
그랬었을까. 그런 생각 말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많은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이 지식과 경험
지금의 사고력과 판단력이라면
과거로 돌아간 그때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 인간관계를 알고
사건을 겪고 인과관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분명 더 잘 대처할 것입니다.
올드 앤드 와이즈 라고 하지요.
어른들 말 틀린 것 없다는
말도 있고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많은 것을 겪었다고
많이 배웠다고
그렇게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확실한가요?
한 개구쟁이 소년이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풋풋한 청년은 멋지게 무르익은
중년남자가 됩니다.
그리고 품격 있는 장년 신사로
탈바꿈합니다.
세월을 통과하며 겹쌓인 지식과
경험이 그를 더 나은 나로 만들었습니다.
정말 보기 좋습니다.
보기가 좋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드는 것은, 역으로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아서겠지요.
만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정비례 그래프처럼
점점 더 훌륭해진다면, 세상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저씨나 아줌마는 선망의
대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노인을
공경하고. 당연하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영화도 흥행하지 않았겠지요.
이건 아니다 싶어 생각을 들려봅니다.
이번에는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배운 사람은 인정받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배움이 짧음을 탓합니다.
역시 공부하고 책 보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배운 사람은 세상의
이치와 사고의 논리를 알 테니까요.
아마도 그는 훨씬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많이 배울수록
합리적인 사람이 되나요?
나와 내 주변의 그 많고 흔학 고학력자
명색이 지식이라고 하는 자
박사와 교수 그들이 모두
합리적이던가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큽니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실망입니다.
많이 배웠고 지금도 공부하고 책을 보지만
자기만의 논리로, 편협한 전문지식으로
상대와 세상을 힘들게하는 바로 그 나라는
사람 더욱 힘듭니다.
엄청 논리적이지만 절대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쯤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물어봅니다.
괜찮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리지만요.
어차피 나이가 더 들었다고 공부를 더 했다고
꼭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니 질문은 원점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나이, 학력, 경력 이런 것들을 빼고
나를 설명하자니 쉽지가 않네요.
사진을 들춰봅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놓는 그럴 듯한 사진들
모습들 아니, 아닙니다.
실컷 고르고 또 골랐지만 고른 티
내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사진들입니다.
맘껏 보여주고 싶은 그마나 괜찮은 사진들이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진짜 나의 모습을요.
피로에 찌들어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오고
과음에 찌들어 초폐인이 된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어색한 몸놀림이
여과 없이 잡힌, 그래서 가차 없이
폐기된 수많은 굴욕 사진들
그리고 그 옛날 풋풋하다고 하기에는
과히 촌스러운 시절들
얼굴과 몸, 마땅치 않고 숨기고 싶은
구석구석들까지 다 잘 알고 또 기억
하고 있습니다.
역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혈액형 O형, 애니어그램 3번 유형,
MBTI의 ISFP형, 내재론자와 타입A 등
각종 성격유형으로 나를 판단해봅니다.
현실적인 O형 업무 지향적 내재론자
그 정도면 맞아떨어지는 듯했는데
그런데 따뜻한 감정의 ISFP형
목표 지향적인 3번 유형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하긴 나라는 한 길 사람 속도
열 갈래 길이니 나는 이런저런 사람이다
하고 단정 짓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손꼽아봅니다.
좋아하는 것 음악, 커피, 술, 친구, 프로야구
싫어하는것, 노래 , 담배냄새, 비린 음식,
매너 없는 사람, 과격한 운동이라 적습니다.
그리곤 읽어보았습니다.
음악은 무지 좋아합니다.
그러나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무척
싫습니다. 커피 향기를 항상 그리워하지만
커피와 잘 어울리는 담배냄새는 역하고,
술을 좋아하지만 술안주에 제격인 몇몇
음식은 혐오하고, 스포츠에 들뜨지만
과격한 운동을 멀리합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아무리 아무리 나를 알려고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도
알기 어렵습니다.
나 말고 세상 모든 것은
똑똑히 쳐다보고 확연히
느낄 수 있지만 도통 나를 보고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내 눈으로 절대 보지 못하는 것
내 손으로 결코 만질 수 없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속
나라는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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