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도 습관이다> - by 최명기


늑장 부리고 후회하는 나

문제는 감정이다


결코 의지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루는 습관 고치는 법


<게으름도 습관이다>



게으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감정에

휘둘리는 삶과 작별하고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된다는 뜻입니다.


서문


게으름은 왜 고치기 어려울까요?


저희 병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상해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이 성적이 계속 떨어져요.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긴 하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요?

아이가 얼마나 게으른지 못 봐줄 지경이에요.

성적은 당연히 바닥이고요.


이럴 경우,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각

심리 검사, 지능 검사, 적성 검사를 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를 탐색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검사 중에 

어떤 검사가 제일 중요할까요


바로 심리 검사입니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해보면

분노 수치, 우울 수치, 불안 수치가 상승 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체벌을 비롯한 지나친 훈육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서 그런 편인데요.

이처럼 게으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심리, 성격, 감정 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지금까지는 표면적인 

증상만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나타난 증상만을 고치려는 것과 다름없는데도

말이죠. 달리 말하면 게으름을 고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타고나는 성격, 타고나는 게으름


과거에는 인간이 백지 상태에서 

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DNA나 유전자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인간의 마음은 백지가 아니라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키가 크고 누군가는 키가 작듯이

누군가는 코가 오똑하고 누군가는 납작하듯이

인간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는 것이

지금은 정설이 되었죠.


결국 타고나길 사소한 스트레스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항상 허허 웃으며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인데요.


심리학자들이 수십 년간 동양인, 백인, 흑인,

오지에 사는 원주민 등을 연구해 뽑아낸 5가지

성격 요인이 있습니다. 이른바 빅 파이브

불리는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의

5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성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즉, 이 5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성격 차이가 생겨난다는 것이죠.


그런데 게으른 사람들은 이 가운데 성실성

수치가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은 신경성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다는 점입니다.


신경성 수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작은 일에도

불안해하고 긴장합니다. 따라서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죠.


그냥 마음 편하게 빈둥거리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신경성 수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걱정이 사라져 낙관적으로 변합니다.

만약 신경성 수치가 낮으면서 성실성

수치가 높으면 겁은 없지만 동시에 

계획적이어서 서로 보완이 되는데요.


성실성과 신경성이 동시에 낮으면

대책이 없어지죠. 옆에서는 저러다

어쩌려고 그러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더라도 정작 본인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느긋하게 무대포식

생활을 이어갑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성실성과 신경성 수치가

낮은 것도 모자라 외향성만 높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밖으로 놀러 다니는 것만 좋아합니다.


누가 옆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도

천하태평입니다. 평생 빌붙어 사는 인생일

수밖에 없는 거죠.



게으름도 습관이다


그렇다면 이런 타고난 게으른 

성격이 바뀌긴 할까요?


성격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게으름도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습관화란 결국 뇌에 그 습관에 해당되는

뉴런 사이의 네트워크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기억이 완전히 심리적인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기억의 상당 부분이 뇌 안에서

이루어지는 분자물리학적 과정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뇌에는 뉴런이란 신경세포가 있고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라는 구조가 있는데요.

바로 이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생각과 감정이

형성되고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가 바로 길 찾기입니다.


이사를 처음 해서 길을 찾아 갈 때에는

신경을 써야 하지만 나중에 익숙해지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집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글씨를 배우는 것

어른이 운전을 배우는 것 모두 같은 원리죠.


일단 익히고 나면 몸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게으름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게으름이 몸에 뱄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정말 맞는 말입니다.


이는 곧 게으름 피우는 패턴이 뇌에서 

만들어졌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뇌에 이미 형성된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바꾼다는 것인데요.


이미 형성된 것을 바꾸려면 매일 반복된

행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습관은 지우개로 지우기 쉽게 백지에

쓰인 글씨가 아닙니다. 오히려 대리석에

조각된 문양이라는 쪽이 더 적절한 비유일 겁니다.


그 정도로 습관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이유


이렇게 고치기 어려운 게으름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걸까요?


먼저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 그렇듯

게으름 역시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게으름은 타고난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단순히 게으른 성격이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성격적 요소가 융합해 게으른 습관으로 이어지는

감정적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때문에 타고난 성격 자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재 나의 감정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 이것이 게으름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화성 수치와 성실성 수치가 

동시에 낮은 사람의 경우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데요. 여기에서 발생하는 타인에

대한 분노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 문제가 정리됐으면 그다음으로는 

게으름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아무리 성실한 사람이라도

방해물이 나타나면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업습니다.


이 방해물은 때때로 외부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고

나를 괴롭히는 인간관계도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방해물들을 파악해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으름뱅이에서 벗어나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습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습관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해 내 생활을

기록해 하나하나 따져보고 점수를 매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내가 온전히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에 휘둘리고 후회하는 삶과는 

이제 작별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게으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결국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우리 모두가 살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삶의 한 과정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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