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싶다면 포틀랜드> - by 이영래
풍요로운 자연과 세련된 도시의
삶이 공존하는 곳
포틀랜드 라이프 스토리
내 집처럼 살아보고 싶다면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고 싶다면
포틀랜드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 미국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도시 1위,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에 좋은
최고의 도시, 아이스크림, 커피, 맥주가
가장 맛있는 도시, 자전거를 타기에 가장
좋은 도시, 젊은이들이 선택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포틀랜드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에
있는 도시이다. 월래멋강과 컬럼비아
강의 합류지점에 있다. 1845년에
건설된 도시로 월래멋, 컬럼비아의
양 하곡에서 풍부하게 산출되는 목재
농산물의 교역 집산지로서 발전하여
현재는 오리건주의 경제, 상공업,
교통의 심장부로 성장 한 곳이다.
<살아보고 싶다면 포틀랜드>
1. 슬로 라이프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매거진 <킨포크>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된 느리게 살기, 즉 슬로 라이프다.
매거진을 통해 그들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직접 기른 닭에서 얻은
달걀로 심플하지만 건강한 식탁을
차려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며 말한다.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시간이야말로
저의 삶을 완벽하고 또 풍요롭게
해주는 에너지죠.
우리가 갈망하는 슬로 라이프와
현지인들이 실천하며 살아가는
슬로 라이프란 과연 무엇이고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얀 테이블에
커피 한 잔과 디저트, <킨포크>매거진을
올려놓은 깔끔하고 세련된 식탁?
아니면 파머스 마켓에서 유기농 채소들을
사다가 심플한 식탁을 차리는 것?
많은 매거진과 언론에서 포틀랜드 또는
미국 서부의 슬로 라이프, 슈퍼푸드 등을
소개하고 있는 요즘, 과연 이들이 말하는
진짜 슬로 라이프는 무엇인지, 또 슬로
라이프를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그들의 좀 더 깊숙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남편과 함께 이 도시를 여행하고 살아가며
길지 않은 사계절을 보냈지만 알면 알수록
포틀랜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었다.
예컨대 센스 있는 스타일과 액세서리,
매력적인 외모와 직업으로 첫눈에
마음을 앗아간 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나니 커피,
맥주, 음악, 패션, 아웃도어, 맛있음 음식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지식도 두루 갖췄으며, 자연과사회,
이웃과 건강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같다고나 할까.
슬로 라이프는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추세지만, 미국에서는 특히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와
동부의 뉴욕, 시카고를 중심으로 자연,
지역 사회, 건강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포틀랜드처럼
작은 도시가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른 대도시의 대기업, 거대 자본주의를
기피하고 로컬 지향주의가 깊게 뿌리내린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 포틀랜드에 인디 밴드가 많은지 알아?
왜 포틀랜드에 마이크로 브루어리나
스텀프타운 같은 로컬 커피숍들이
유명해졌는지 알아?
왜 포틀랜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지 알아?
왜 포틀랜드 사람들이 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를 외치는지 알아?
처음 이런 질문들을 들었을 때는
깊이 답을 생각하기보다 포틀랜드는
인디 밴드가 많고 맥주 양조장이 많고
특이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잘 어우러져
살고있는지 더 궁금했다.
서문
터닝포인트
여행이란 휴식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었지만 당시 나의 여행이란
화려한 도시, 태양이 작열하는 이국적인
도시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분위기에
취하고, 필름카메라를 들고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짧은 일정의 여행으로 많은
것을 느끼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
물론 일본도 좋지만 지금 네가 있는
곳을 벗어나봐. 더 넓은 세상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 말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일본어를 통해 이토록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
이라 여기며 이십대를 정리하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가 새로운 삼십대를 시작해보겠
다는 과감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혼 적령기에 변변한 직장마저 없으면
시집도 못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그런 딸을 걱정할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것을
겁내지 않을 만큼 배짱과 모험심이 있었다면
진즉에 커다란 배낭 하나 메고 세계
여행을 떠났을 테니.
굿바이 서울, 헬로 포틀랜드
스무 살에 처음 밟아본 유럽 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유럽을
동경하고 미국이라고는 뉴욕, 샌프라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이 전부인양 믿고
살아온 내가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를 처음 방문한 건 2012년이었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딱 일 년이 지나
그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였다. 영화로 보던 화려한 미국 도시는
오간 데 없는, 아주 작고 아늑한 다운타운에
위치한 역사 깊은 히트먼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하며 그가 말했다.
- 내가 외국에 있다가 매년 휴가 때마다
고향에 돌아오면 마중 나온 부모님과
항상 식사하러 오던 곳이야.
여기에 꼭 같이 오고 싶었어.
포틀랜드에서 가장 높은 41층짜리
빌딩 아래로 엇비슷하게 늘어서
있는 아담한 건물들, 동과 서를
가르는 월러밋강 위의 수많은
다리들,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깨끗한 거리를 오가는
미소 띤 사람들, 번잡하고 모던한
빌딩 숲을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잘 정비되어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은 풍경에서 언뜻언뜻 서울과
도쿄의 모습이 비치기도 하는 이곳
내가 기억하는 포틀랜드의 첫인상은
맥주나 커피가 유명한 도시도,
자연경관이 뛰어난 도시도, 쇼핑하기
좋은 도시도 아닌 그저 소박한 미국의
소도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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