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욱의 과학공부 > - by 김상욱
김상욱의 물리학은 교양이고 삶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과학
이제는 과학이 인문학이다.
과학적 발상이 인문학적
통찰을 만나다
철학하는 과학자
김상욱의 과학공부
시를 품은 물리학
제1장 과학으로 낯설게 하기
하루
하루는 행성의 자전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의 1일, 즉 24시간
을 기준으로 수성의 하루는 59일이다.
수성에서도 하루의 3분의 1을
일한다면 꼬박 20일 일해야
퇴근할 수 있다.
반면, 목성의 하루는 0.41일로 지구의
절반도 안 된다. 3시간 정도만 일하면
퇴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목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목성의 공전주기는 12년이라서 연봉을
받으려면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불과
88일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수성에
서는 해가 두 번 떴다 지기도 전에 연봉
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수성으로 이주
한다면 이것은 어리석다 못해 미친 짓이다.
수성은 낮 온도가 4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차피 로켓 한 대 가지지 못한 우리 처지에
지구를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쓸데
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함께 지구에 산다고
다른 사람들의 하루가 모두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해외여행이 잦은 요즘, 유럽으로
떠나는 날 우리는 8시간 정도를 벌게 된다.
정오에 출발한 비행기가 11시간 비행하여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현지시각은
당일 오후 3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아할 것은 없다. 귀국할 때 고스란히
까먹을 시간이니까.
난이도를 좀 높여보자. 만약 당신이 비행기
보다 100만 배 빨리 날아다닐 수 있다면,
상대성이론에 의해 하루는 48시간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지상에 정지한 사람이 봤
을 때 이야기이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냥
24시간이다. 보고서를 쓰고 있다면 하루에
끝내야 할 것을 이틀이 되로고 뭐했냐고
욕먹을지도 모른다.
물리학자에게 하루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하루 종일 대답할 수 있다.
시간은 상대적이고 각자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가 모두 옳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잉여를 허하라
if u cn rd ths, u cn gt a gd jb w hi pa!
이게 무슨 말일까? 영어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아래 문장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if you can read this, you can
get a good job with high pay!
이것은 1970년대 뉴욕 지하철 포스터에
있던 것이다. 철자가 몇 개 없어도 이해
하는 데 문제없다. 이는 원래 문장이 최
적화되어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실제 영어는 50% 이상 잉여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어진 문장에서 철자를
절반 정도 빼더라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언어에 잉여성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군대에서 주고받는 메시지는 일부러
추가적인 잉여성을 준다. 미군은
알파벳 에에, 비, 씨, 디,를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라고 한다.
포격 좌표를 전달하다가 비(B)를
브이(V)로 착각하면 아군 진영에
포탄이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통신에도 잉여성이 있다. 전기를 이용한
통신이 처음 시작 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전령보다 빨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크림전쟁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런던에서
알 수 있었을 때, 인류는 최초로 시차를
경험하게 된다. 현지시각 오후 4시,
런던시각 오후 2시, 이런 표현이 필요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통신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보낼 메시지를 최대한
짧은 형태로 만들어야 했다.
1880년대 영국의 일부 중개상인들은
여섯 글자 단어인 bought(샀다)를
세 글자 bay 로 나타냈다. 1887년
6월 16일 필라델피아의 양모 상인
프랭크 프림로즈는 캔자스에 있는
중개인에게 50만 파운드의 양모를
샀다 라고 전신을 보냈다.
그러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핵심
단어린 bay 가 buy(사다)로 바뀌고
말았다. 사라는 지시로 오해한 중개
인은 양모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프림로즈가 웨스턴 전신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이 오류로 2만
달러의 손해가 생겼다고 한다. 메시지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DNA야말로 잉여성의 종결자이다.
인간게놈 분석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전체 유전자 가운데 의미
있는 유전자의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DNA의 90%가량이 정크 DNA라
불리는 의미 없는 쓰레기 정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반전이랄까, 최근 이 쓰레기
도 재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자연은 생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DNA에
엄청난 잉여성을 두었지만, 진화속에서
다시 이것을 일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크 DNA의 정확한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한다.
최근 우리는 극악무도한 경쟁사회의
폐해를 목격하고 있다. 효율을 위해서
사람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것은 옛삿
일이 되었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쌍용차 직원이 세상을 떠나야 했는가?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비영리병원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도 한다. 돈을 아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박의 무분별한
구조변경은 세월호 참사 원인의 하나이다.
잊을 만하면 정부는 국가 R&D 연구비도
경제적 성과가 나오는 주제에 집중하겠
다고 공언하고는 한다. 이 모든 것들의
근간에는 효율 지상주의, 즉 잉여는
필요 없는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어느 집단이든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다.
정규분포는 상위 10%가 있으면 하위
10%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모든
것이 완벽히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잉여는 말 그대로 남는다,
필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잉여인 것과
잉여가 아닌 것을 나누려면 그 기준이
옳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면 오늘의
잉여가 내일의 필수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필수가 내일의 잉여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잉여를 판단하는 가치라는
것도 대개 근거 없는 경우가 많다.
특허청 직원 아인슈타인의 잉여 연구가
상대론을, 고장 난 기계를 고치던 스티브
잡스의 잉여짓이 애플을 낳지 않았는가.
현대사회가 가진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잉여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현대의 근본
문제란 점점 더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만큼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가고
경제는 더 나빠진다.
이상 < 김상욱의 과학공부 > 입니다.
과학과 사회를 적절하게 섞어서
비유하는데 전혀 이질감을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받아 들여진 책이다.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싶고 새로운 조합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뭐든지 실험정신으로
투철하게 세상에 덤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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