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분노> - by 로런 그로프


모든 이야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모든 관계에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거짓에 싸여 있는 사랑이

진실일 수 있을까?

세상에는 진실이 아닌 말과,

진실이 아닌 침묵이 있다.




버락 오바마가 뽑은

2015년 최고의 책

<운명과 분노>


이것은 내 이야기라기보다 심연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위대한 피조물이다.

내러티브라기보다 돌연 귓가에

밀어닥친 파도다.


<운명과 분노>의 저자

로런 그로프는 폭발적인 서사,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 지적이고

독창적인 서술로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 산문의 거장

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주 유능한

소설가이다.


정말이지 문채가 우아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고 읽는

내내 계속 상상을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게

하는 큰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운명과 분노>의

상상의 나래로 초대하겠습니다.





1


갑자기 커튼이 드리워지듯 하늘에서

부슬비가 자욱하게 내렸다. 끼룩끼룩

음을 고르던 바닷새들은 입을 다물고

바다도 잠잠해졌다. 객석 조명처럼

바다를 비추던 빛은 회색으로 흐릿해졌다.


두사람이 해변으로 다가왔다. 여자는

아름답고 영리해 보였고, 초록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메인 주라, 5월이라도 추운 날씨였다.

남자는 키가 크고 인상이 강렬했다.

그의 안에 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빛이 깜빡거렸다. 그들의 이름은

로토와 마틸드였다.


그들은 잠시 조수 웅덩이를 지켜보았다.

그 안에는 가시로 뒤덮인 생물들이

가득했는데,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모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윽고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녀의 파리한 입술에 키스했다.


그는 행복해서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바다가 들고일어나

그들을 삼키고 그들의 살을 핥아 없앤 뒤,

그들의 뼈를 바다 깊이 산호 어금니

위로 넘실넘실 흘러가게 하는 환시를 보았다.

그녀만 옆에 있다면 노래하며 바다를

떠돌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스물둘, 어린 나이였다. 그날 아침

그들은 은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

상황을 참작하면 이런 사치쯤은

용서될 수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의 수영복 엉덩이 쪽을 쓸어내리자

그의 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그를 밀어 뒷걸음질치게 하면서

갯완두 줄기로 뒤덮인 모래언덕 위로,

이어 아래로 걷게 했다. 모래언덕 아래는

모래벽이 바람을 막아주어 더 따뜻했다.

비키니 상의 아래 소름돋은 그녀의 살은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했고 추워서 젖꼭

지는 쏙 들어갔다. 모래 때문에 살갗이

따갑고 아팠지만 그들은 지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 것쯤 상관없었다.


그들의 몸은 줄어들어 입과 손만 남았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골반에 감고

몸으로 눌러 그녀를 덮어주었다. 그의

등이 모래언덕이 되었다. 그녀의 따끔

거리는 무릎은 하늘을 향했다.


그는 말이 없는, 강렬한 일이 일어나길

갈망했다. 어떤 일이? 그는 그녀를

옷처럼 입고 싶었다. 그녀의 따듯함

속에서 영원히 사는 삶을 상상했다.

그의 삶에 존재했던 사람들은 도미노

처럼 하나둘 씩 쓰러져 사라졌다.

모든 움직임은 그녀가 그를 버리지

못하도록 그녀를 더 깊이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반질반질 한 호두 속살

같은 피부를 드러낸 채 스피드워킹을

하는 노부부가 될 때까지 해변에서

둘이 같이 평생 섹스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했다. 늙어서도 그는 그녀를 모래

언덕으로 늠름하게 데리고 가, 그녀의

섹시하고 부서질 듯한 새뼈 같은 뼈와

말랑말랑한 엉덩이, 더없이 튼튼한

무릎을 취할 것이다.


하늘에 느닷없이 드론 라이프가드들이

나타나 빛을 번쩍이며 간음자! 간음자!

하고 붕붕거리면서 그들의 죄의식을

부추길 것이다. 영원히, 지금처럼만.

그가 눈을 감고 소망했다. 그녀의

속눈썹이 그의 뺨에, 그녀의 허벅지가

그의 허리에 닿았다. 그들이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른 뒤 처음 나누는 육체적

관계. 결혼은 영원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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