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의 힘 - by 이승민

모든 것이 나 때문일 수는 없다.

너무 많이 자책하고 후회하는

당신을 향한 정신의학과 이승민

원잔의 마음 변론법, 근거 없는

아픔에 자신을 내던지지 마라.

자기합리화의 힘


자기합리화의 힘


Chapter 1 오직 나를 위한 마음의 변호


마음에도 방패가 필요하다. 공격으로부터

강해지기 위한 심리 작용 신재는 고민거리

가 있으면 일단 묻어두고 보는 스타일이다.


오래 생각해봐야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닌

데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있냐는 철학

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무시하다가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처

리하느라 골치 아팠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영이도 문제를 외면하는 성향이긴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부정하고 본다. "그럴 리

없어", "그런 게 아니야"는 영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타인이 하는 행동의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그럴 리 없다면서 부인하

려 한다. 얼마 전에는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

는데 의사가 큰 이상이 없다고 하자 그럴리

없다고 화를 내며 다른 병원을 찾아간 적도

있다. 물론 돌아오는 진단은 같았다.


그것이 외면이든 부정이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용하는 심리 작용을 우리는 방어기제

라고 부른다. 방어기제란 말 그대로 자신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마음을 방어하기 위한 기술은 사람마다 제각각

이고 선호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방어기제를 선택하는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나와 잘 맞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식들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대체로 부모를

포함한 가족들이 사용하던 방식을 물려받는다.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바를 자연스럽게 흡수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방어기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기껏해야 엄마와 나는 비슷

한 면이 좀 있어 생각하기가 쉽다.


무슨 일에든 버럭 화부터 내는 엄마 밑에서

자라난 아이가 엄마처럼 사소한 일에도 버

럭 화를 내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단순히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엄마나

나나 버럭 하는 성격이야. 우리는 닮았어 하

며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학습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기질

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수많은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해가야

하는데, 이런 기술을 어디서 배울 수 있을 것

인가. 아마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방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방어기제는 습득되어온,

학습되어온 것에 가깝다. 술로 스트레스를

풀고 가족에게 윽박지르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난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

야지 다짐하면서도 부지불식간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늪에 빠진다.


우울한 엄마 밑에서 우울한 딸이 자란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우린 가까운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

을 보면서 자라간다. 학습은 경험의 힘을

따라갈 수 없다.


교과서보다는 현장학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부모

를 닮으며 자라간다. 때로는 의지보다도

환경의 영향이 훨씬 크다.


좋은 관계 맺음의 기본


방어기제가 학습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누군가의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복제하는

방식을 띠지는 않는다. 방어기제는 진화한다.

활용을 거듭하다 보면 더 세련되어지고, 정교

하게 다듬어진다. 효과가 없다고 여겨지는 방

어기제는 과감히 버려지고, 새로운 방식들을

추구하게 된다.


항상 욱하던 친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의

방식에 단점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어 화가

나도 참아보기로 했다고 치자. 어떤 일이 생겨도

속으로 꾹 참고 인내하자, 상대방에게 비난 받거나

지적받는 것보다는 낫게 느껴진다.


욱하는 방어기제가 인내하는 방어기제로 대체된

것이다. 환경의 압박으로, 스스로의 필요성으로,

큰 손해를 보고 난 후의 상황 때문에, 우리는 새

로운 기제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나중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써먹을 수 있

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성숙한 사람이 된

다는 것은, 어찌 보면 더 성숙한 방어기제를 써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성격을 바꾸려 노력한다는 것은, 다른 방어기제

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과 같다. 은연중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어기제를 어느 정도 이해

하고 있고, 맘에 드는 부분은 유지하며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바꾸려 노력한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아니면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나 맘에

들지 않아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하고 있을까.


자신의 방어기제를 탐구해보는 일도 예상 외로

재미있는 일이다. 각자가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대해 탐구하고 대화 해보는 것도 건

설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사실 스스로의 방어기

제를 좀 알 필요도 있다. 최근 심리학에 대한 관심

들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적 요소,

캐릭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굳이 우울증, 불안증이 없어도 스스로를 알기 위해

병원이나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심리검사 기술이나 척도도 마련되어 있다. 방

어기제는 성경을 이루는 주요한 축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문제해결을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주요한 문제다.


타인의 방어기제에 대한 이해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저 사람은

저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할 거야 예측할 수 있다

면 불필요한 화나 부정적인 감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저런 사소한 문제로 화를

내지?가 아니라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사소한

문제에 화를 잘 내지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부부나 가족, 가까운 사람들의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 것은 좋은 관계 맺기의 기본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

어기제의 병적인 남용, 오용 등은 환자로 하

여금 병원을 찾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신분석, 정신치료, 상담 등의 현장은

개개인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생생한 현장이다. 대인관계의 갈등 또한

방어기제의 몰이해와 충돌로 인해 야기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프로이트가 최초로 제시한 방어기제에 대한

개념은 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좀 더

명확하게 정립했다. 방어기제를 알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화방어

기제검사 등의 검사들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성격을 결정한다


심리적 방어기제의 다양한 종류


친절하게도 안나 프로이트는 여러 가지 방어

기제에 적합한 명칭을 부여해 개념화했다.

덕분에 우리는 억제, 동일시 등의 간단한 단어

로 사람들이 취하는 자기방어의 형식을 정확

하게 명명할 수 있게 되었다.


방어기제의 종류는 정신건강의학과 교과서에

소개된 것만 해도 대략2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중 우리가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의 종류와 그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러한 예들은 너무나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라 몇 가지 경우만 살펴

보아도 방어기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

이 될 것이다.


부정(denial)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의식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 욕구,

현실 등을 의식에서 몰아내려 하는 무의식적인

태도이다.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5단계 반응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방어기제 이며"그럴 리 없어", "의사의

오진인 게 분명해" 등과 같이 현실을 믿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것이다.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 후 대부분 처음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분리(splitting)

중간이 없는 사람들, 전형적인 흑백논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반응이다. 정식과학적으로 잘 알려

진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이렇게 극단적인 선악,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가지고 대인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내주변의 사람들은 천사 아니면 악마", 

"너는 사랑스럽지만 걔는 증오스러워"

하며 양극단으로 관계를 정의한다.


마치 조증 환자처럼 지나치게 공손했다 쉽게

무례하고 오만해지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투사(projection)

받아들일 수 없는 자기 자신의 허물이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말한다. 역시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방어기제의 한 종류이다. 정신병 환자

들이 보이는 피해망상이나 관계망상도 이러한 종

류의 하나이다. 많은 대립과 싸움에서 우리는 흔

하게 문제가 상대방의 탓이라 여기며 상대를 비난

한다. 자신의 허물을 남 탓으로 돌림으로 해서 스스

로 느낄 법한 자책감이나 무가치감, 낮은 자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일시(identification)

아이는 크면서 아빠 혹은 엄마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닮아 가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부

모의 행동을 본뜨려고 한다기보다는 부모와

자연스럽게 동일시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알코올중독 아버지를 혐오하는 아들이

성장 후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 의존이 되어

가는 것도 넓게 보면 동일시의 한 종류다.

동일시의 방어기제는 긍정적인 방향뿐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이상 < 자기합리화의 힘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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