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 by 최철주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존엄한 죽음>이라는

인문/교양 서적입니다.


존엄한 죽음은

존엄한 삶의 완성이다.


인간답게 떠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죽음의 자기결정권에서 위로의 기술까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하다


죽음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궁금증과 불안을 안고 있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고통, 분노, 갈등이

그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내게 남몰래

살짝 물어오는 사람들의 질문과 더불어

갖가지 의문점을 이 책에 담으려 애썼다.


묻기도 민망하고 털어놓기도 어려운

주변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함께

나누면서 삶만큼 중요해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의 폭을 넓혀보고 싶었다.


서문


이 책은 내가 웰다잉과 관련해 쓴 세 번째 책이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뿐 아니라 일부

지도층과 지식인, 지성인들 조차 연명의료로

인생을 고달프게 마무리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부터 자신만의 

예외일 거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진다. 평소 웰다잉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들 조차 나는 아냐 라든가

아직 아냐 라며 죽음은 자기 일이 

아닌 양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빨리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미망도 때가 되면 깨지고 만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들을 때면 

정신이 번쩍 든다.




다른 사람들은 다 죽어도 자신만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몇몇 의료인들조차 중환자실의 실상이나

연명의료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은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자신에게

상황이 닥치면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죽음에 대비하는 일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이중 본색에서 나 자신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미리 고백해야겠다.


100세 장수시대란 말은 사실 지나친 허풍이다.

누구나 오래 살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건강하게 산다는 것과 다른 문제다.


골골 앓다가 연명의료에 들어간 5만여 명의

말기환자들과 치매 등에 시달리는 100만여

명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문득 서글퍼진다.


장수시대라는 착각이 우리 삶을 더욱 오만하고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허풍만 심해지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죽음은 우리와 더욱 멀어진 느낌이다.


웰다잉은 다시 말해 존엄사, 풀어쓰면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다.

따뜻함, 안온함, 사랑, 사랑다움 그리고 이별의 기억,

그 모든 것들이 다 담겨 있다.


이제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위해 모두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8년 2월 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사회적 마찰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죽음에 관한 토론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 책으로 삶만큼 중요해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나 폭넓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아울러 의사나 성직자가 죽음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누구보다 죽음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네 삶이 고달픈 이유를 깊숙이 캐나가보면

결국 죽음과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죽음 이야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을 수 없을까 고민해왔다.

그런 시도 없이 우리나라에서 웰다잉법이

제대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몹시 겸연쩍고 부끄럽지만

내 가족의 죽음 이야기를 이 책에 

슬그머니 쏟아놓았다.


강의를 하다 보면 웰다잉 강사나 의사,

시민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곤 한다. 


바로 선생님은 집에서 어떻게 

죽음 토론을 하세요? 라는 질문이다.


털어놓기 어렵고 두렵기도 한 죽음

문제에 누군가는 이야기 마당을 

펼쳐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웰다잉 또는 존엄사나

연명의료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가족 간 다툼이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럼 누가 단초를 열어야 할까?

가정에서 토론을 이끌어갈 당사자는

아무래도 집안의 어른일 수밖에 없다.


자녀가 먼저 나서서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게 분위기와

수위를 맞춰가며 죽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현명한 자녀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앞뒤 사정을 짚어보면 이렇다.

집안의 어른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등을 둘러싼 토론에 미숙하기 짝이

없고 매우 어색해한다.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멋쩍은

일도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화제를

내놓을 수 있는 방식은 저마다의 취향이나

집안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1장에 있는 우리 가족을 위한 서약문은

내가 독작에게 드리는 하나의 샘플에

지나지 않는다.


내 집안 이야기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등장한다.

어떤 부분은 두 사람의 자존심과 연결되는 

내용도 있어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막 40대에 접어든 그들은

가족의 죽음을 두 차례나 경험했기

때문에 웰다잉이라는 주제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진지하고 자연스러운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직계가족과 친인척의

죽음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그런데도 전혀 죽음의 그림자조차

못 본 것처럼 행동한다.


바로 이런 무관심이 토론에 장애가 된다.

그들은 죽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서둘러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거리를

두고자 할 뿐이다.


나는 암이나 기타 만성병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뿐 아니라 치매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의 가족들이 마음을 

좀 더 열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초등학교에서부터 삶과 죽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3장 존엄한 죽음에 마음 열기이다.


가정에서 토론의 소재로 삼을 만한 것들을

망라했다. 일부 항목은 독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궁금증과 불안을 안고 있어서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고통, 분노와 갈등이

항상 그 안에 엉켜 있다.


남몰래 살짝 물어오는 사람들의 질문을

포함해서 갖가지 의문점을 여기에 

담으려 애썼다. 묻기도 민망하고

털어놓기도 어려운 주변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책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만히 등장한다.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비밀이 담겨 있어서다.


나는 그들과 공감하며 글을 쓰다가 

때로는 내가 소진되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세상에서 사라져가거나 이미 소멸된

사람들의 고통이 손에 잡히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마무리인가에 대한 나름의

메시지가 쌓여갔다. 그러나 마음 급한 

독자 여러분이 축약된 답변을 요구한다면

나는 할말이 없다.


모두가 저마다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답변의 큰 줄거리는 이미 나와 있다.

작은 가지에 해당하는 답변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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