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빌라> - by 조창인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해피빌라>라는
한국 장편소설 도서입니다.
하루도 조용한 날 없는 해피빌라
엄마 없이 자라며 훌쩍 마음부터
커버린 동동이와 해피빌라
괴짜 이웃들이 만들어가는
진짜 가족 이야기
인생은 좋은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기 위한
긴 여행이란다.
나는 해피빌라 마스코트 우동동이다.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해피빌라에
사는 사람들, 102호 붕어빵할아버지
201호 미쑤노이모, 202호 비온닥삼촌,
302호 삐턱이할머니,
401호 손씨아저씨와 아저누나
402호 만물고물상 장사장님.
우리는 서로 식구라 부른다.
날 키워준 것도 해피빌라 식구들
해피빌라 식구들은 내가 있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
나도 해피빌라 식구들이 좋다.
그런데 사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가 보낸 편지를
받는 날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다.
게다가 미쑤노이모는 파라과이에 있다는
엄마가 언제 올리 똑바로 말도 안 해준다.
<해피빌라>의 저자
조창인을 소개 하겠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여러 해 동안 잡지사와 신문사
취재기자로 일했으며, 출판기획
열림을 이끌며 기획자로서 많은
책들을 펴냈다.
전업작의 길로 들어서면서
<그녀가 눈뜰 때>, <따뜻한 포옹>
<먼 훗날 느티나무>를 발표했다.
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을 그려낸
<가시고기>
외딴 섬 등대지기와 치매 어머니의
삶을 다룬 <등대지기>, 부모를
찾아 가는 한 소년의 여정 <길>,
부부의 갈등과 화해 이야기 <아내>
죽음을 선택한 딸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아버지의 간절함을 담은
<살아만 있어줘> 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그려왔다.
<해피빌라>
1장을 소개 합니다.
사람들은 뿌리가 없어서 몹시
어렵게 살고 있어.
<어린왕자>에 나오는 볼품없는
꽃의 말이다.
볼품없는 꽃은 잘난 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보 같은 말이다.
왜 볼품없다는 소리를 듣는지 알 만한다.
사람에게도 뿌리가 있다.
집이 사람의 뿌리다.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이유는,
뿌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뿌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의 뿌리는 더더욱
내 뿌리는 해피빌라다.
해피빌라에 살아요, 라고 하면
고개부터 흔든다.
불쌍해 죽겠다는 듯 말한다.
전기는 들어가니? 수도는?
그런 데서 어떻게 살아?
불쌍히 여기는 것까지는 참겠다.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해피빌라를 무시한다.
끔직한 살인사건이 있었다는데,
무섭지않아?
해피빌라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확인해봤다.
그런 일, 없었다.
허긴 살인사건은 커녕 도둑조차
얼씬대지 않는 곳이다.
어쨌든 해피빌라 이야기만 들어도
개똥을 피하듯 눈살부터 찌푸리는
사람들은 정말 웃긴다.
체체파리와 독거미가 득시글대는
정글로 보내 한 달만 지내게
했으면 좋겠다.
해피빌라도 그렇게 나쁜 곳ㅇ
아니었군, 하고 반성하도록
401호의 아지누나는 말했다.
난 이해해. 해피빌라는 백합 속에
잘못 끼어든 맨드라미야.
주위는 온통 논과 밭이다.
들판 가운데 뜬금없이 끼어든
맨드라미가 바로 해피빌라란다.
논과 밭 너머 인구 60만 명의
도시가 백합인 셈이다.
깨끗한 도시, 발전하는 미래 도시
곳곳에 붙어 있는 표어를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한다.
솔직히 해피빌라가 깨끗하진 않다.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해피빌라를 지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였는지 모르겠다.
들판에 건물만 달랑 세워놓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을까.
원래는 8가구가 사는 4층짜리
연립주택을 여러 동 지으려고 했단다.
공사하다 만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중간에 망하고, 또 망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처음 살던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건물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한동안 버려진 채 있다가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엄마도 그중의 하나였다.
해피빌라가 도시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선거 때만 되면 철거 이야기가 들려온다.
해피빌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크게 걱정 안 한다.
선거가 끝나면 번번히 흐지부지
사리지고 말았으니까.
누나는 해피빌라를 떠나고 싶어 한다.
-여기서는 절대 해피해질 수 없어.
행복까지는 모르겠다.
해피빌라여서 좋은 점은 얼마든지 있다.
누구도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지낸다.
아무 집에나 불쑥불쑥 들어가도
뭐라지 않는다.
식용유가 떨어지면 옆집이든 윗집이든
가져다 쓰면 된다.
401호에서 쿵쾅댄다고
301호에서 불평하는 일도 없다.
302호 변기가 고장 나면,
201호 천장에서 물이 새면,
202호 벽지를 새로 바르면
다들 모여서 돕는다.
고함치고 다퉈도 그때뿐이다.
남들이 뭐라든 우리끼리 엄청 잘 뭉친다.
그러면 됐다. 이대로의 해피빌라가 좋다.
-다른 곳에 살아보지 못해서 그래.
내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란다.
칫, 건물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해피빌라 식구
102호 붕어빵할아버지는 우리
모두를 그렇게 부른다.
식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추운 날 꽁꽁 언 손을
녹여주는 모닥불처럼 따뜻한 말이다.
나는 해피빌라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인 지금까지 뿌리가
되어 나를 키워줬다.
문어머리 외계인에게 지구를
넘겨준대도 해피빌라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
적어도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는
지금 엄마의 뿌리는 해피빌라가 아니다.
파라과이, 6년째 거기서 살고 있다.
우리 반 아이 대부분은 파라과이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일 거라고 생각한다.
바보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파라과이에
실제로 가봤다고 했다.
-사람보다 당나귀가 더 많더라.
어디를 가나 온통 당나귀 똥이고,
똥 냄새 때문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머리가 아팠다.
선생님 파라과이가 아니라 엄마를 깔봤다.
그날 이후 나는 숙제를 하지 않았고,
준비물도 일부러 빼먹었다.
선생님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손해 보는 쪽은 나였다.
엄마는 하필이면 파라과이를 택해
뿌리를 내렸을까?
일본이나 미국, 축구 잘하는
스페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파라과이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사실
별 볼일 없는 나라다.
게다가 너무 멀다.
두더지가 되어 땅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지구 반대편에 도달해야
겨우 닿을 수 있다.
온통 당나귀 똥인 파라과이에서
엄마는 잘 지낼까.
나는 잘 지낸다.
당나귀 똥 대신 바퀴벌레가 우글대는
해피빌라지만 매일매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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