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도덕적 기초> - by 이언 샤피로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정치의 도덕적 기초>라는

사회/정치 도서입니다.


세계적인 민주주의 이론가 이언 샤피로가

현시대에 던지는 뜨거운 화두




우리가 정부에 충성을 다해야 할 때는

언제이고, 거역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


예일 대학 정치학과 이언 샤피로 교수는

이 혁신적인 책에서 아주 오래된

이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다.


정치권력이 국민의 합의를 저버리면,

국민은 그릇된 권력에 저항할 자유가 있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을 때, 현재의 정부에

반대하고 다른 대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비로소 정부는 정당하다.


민주주의가 현재의 여타 대안들보다 나은

이유는 바로 민주적 권력 경쟁 메커니즘을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권력 독점을 치료하는 

중요한 해독제다.


서문


이 책은 내가 1980년대 초부터 예일 대학에서

가르친 정치의 도덕적 기초 강의를 

모태로 삼았다. 나는 더글라스 레이에게서

이 강의를 물려받았는데 그뒤로 강의 내용이

썩 달라지긴 했지만, 배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기보다는 바다에서 고치는 

식으로 다듬었다.


그러니 내가 레이에게 진 빚은 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보다 

더 클 것이다. 강의를 책으로 

펴내자는 아이디어는 예일 대학

출판부에서 나를 담당하던 편집자

존 코벨이 1990년대 중엽에 내놓았다.


이 책은 정치철학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는 입문서로,

공리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계약론,

반계몽주의, 민주주의 전통에서의 다양한

정치적 정당성 이론을 다룬다.




이 이론들을 논의하는 이유는 지난 수세기

동안 서구 정치 논쟁의 토대가 된 주요

지적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 언론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제시하되

현대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재적 

서술에 초점을 두었다. 이 책은 입문서

이면서도 독자적 관점에서 특정한 

논변을 제시한다. 이 책을 교수자가 

유용한 교재로 쓰되, 강의중에 나의 주장을

반박하더라도 내가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정부에 충성을 다해야 할 때는 

언제이고, 거역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탐구는 아주 오래된 이 정치적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이 딜레마는 소크라테스, 마르틴 루터,

토머스 모어까지 거슬러올라가며,

바츨라프 하벨, 넬슨 만델라,

아웅 산 수 치에게서 그 변함없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도덕적 영웅인 이유는 그릇된

정치적 권위에 맞섰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돌프 아이히만은 그러지

않았기에 도덕적 악인이다.


나치 독일의 중간 관리자였던 아이히만의

동기와 행동은 기계적 정당성을 가진 

권위에 복종한 사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나치 강제수용소에

보낸 그의 행위가 시사하듯, 모든 정부의

정당한 권위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아이히만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에서

잘 드러났듯이, 그런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어떤 한계를 부여할 것인가

또는 한계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는 훨씬

까다로운 문제다.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특공대에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압송된 뒤에

인류와 유대인에 대한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처형되었다.


아이히만을 동정하지 않은 많은 이들도

그가 체포된 과정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때

존재하지도 않던 나라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그에게 형을 선고하고 처형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정치적 권위는 불법 수색과 체포,

특정 사건을 위한 법률의 사후 제정, 

사권 박탈법 등을 배제해야 마땅하나,

이스라엘의 조치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시의 법 제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명령에 따라 행동한 것과

아이히만이 자기 시대의 법 제도에 맹종한

것이 모두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서두의 물음을 이렇게 고쳐 물을 수 있다.


우리의 충성을 요구하는 법률과 국가 행위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이 물음에

대해 근대 서구에서 제시된 주요 답변을

살펴본다.


한 무리의 답변은 제러미 벤담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9년에 첫 출간된 벤담의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은

공리주의의 교과서적 저작이지만

공리주의의 시작은 이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며 벤담의 책이 출간된

뒤로도 수없이 재구성되고 재정의되었다.


공리주의자들이 우리의 물음에 대해 

내놓는 대답은 정부의 정당성은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라는 주장으로 수렴된다.


무엇이 행복인가, 누구의 행복을 따질 것인가,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누가 계산할 것인가 등은 각 공리주의 학파를

구분하는 논점으로, 이에 대해서는 2장과

3장에서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논점과 부수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지만, 공리주의자들은 정부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벤담의

야심찬, 적어도 명심할 만한 금언을 잣대 삼아

정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4장에서 다룰 마르크스주의는 착취 개념을 기준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판단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착취의 정의, 착취와 노동·경제체제·정치제제의 관계,

착취 근절을 위한 정치기구의 역할 등을 놓고

근본적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든, 정치기구는 착취를 승인하면

정당성을 잃으며 착취의 반정립인 인간 자유를

증진하면 그만큼 정당성을 얻는다.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는, 역사상 모든 

정치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착취를 승인했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착취 없는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카를 마르크스가 그 가능성을 역설한 

이래 역사는 한번도 이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지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바람직한 형태를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을지라도 자본주의의

규범적 속성을 이해하고 여러 자본주의

체제의 상대적 정당성을 구분하는 데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유용할 것이다.


5장에서 설명할 사회계약론 전통은 우리의

물음에 대한 세번째 대답이다. 사회계약론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근대적 형태의 사회계약론은

1651년에 출간된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1680년대 잉글랜드에서 익명의 논문으로

첫 출간된 존 로크의 통치론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사회계약론자들이 보기에 국가의 정당성은

합의 개념에 뿌리를 둔다. 합의의 성격이 어떤가,

합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합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등을 놓고 처음부터 이견이

있었지만, 피통치자의 동의가 국가 

정당성의 근원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국가가 우리의 합의를 구현하면 우리는 

국가에 충성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가 우리의

합의를 저버리면 우리는 저항할 자유가 있다.


공리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계약론은 

정치적 정당성에 대해 저마다 독특한

관점과 질문을 내세우지만, 생각보다

겹치는 점이 많다.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이 사상들이 형성되는 데

계몽주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계몽주의는 과학적 원리를 토대로 

사회생활을 합리화하려는 철학 운동이며,

그 안에서는 개인 권리라는 정치적 원칙으로

표현되는 인간 자유의 이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강력한 규범적 추동력이 작동한다.


앨러스데어 매킨타이어가 이름 붙인바

계몽주의 기획은 대체로 르네 데카르트,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바뤼흐 스피노자

이마누엘 칸트를 비롯한 유럽 사상가의

저작과 관련이 있지만 

존 로크

조지 버클리

데이비드 흄 같은

영국 경험론자에게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계몽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공리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계약론의

전통들을 빚어냈는지 들여다볼 것이며

이 전동들을 살펴보면서 사상가들이

과학과 개인 권리라는 계몽주의적

가치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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