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아이들> - by 나카와키 하쓰에
가장 잔인하고 비루한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쟁터 그 처절한 시공간에
내던져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세 소녀
깊은 절망과 고통의 자리
세상 끝에서 건져 올린
한 조각 눈부신 희망
전쟁통에 부모와 동생을 잃고 고아가 된 소녀 마리.
마리는 이웃집 아줌마의 살벌한 손의
감촉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하나하나 우악스럽게
펴서 하나뿐인 캐러멜을 빼앗아 자기 아들의
입에 넣어주던 그 손길을
한 어른 남자의 무시무시한 눈빛도 잊히지 않는다.
미군 폭격기의 공습을 피해 참호로 달려
들어가는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내던 잔인한 눈빛을
그 살벌한 감촉과 잔인한 눈빛이
되살아나 괴롭힐 때마다 마리는 미자를 떠올린다.
만주에서 홍수로 고립된 채 굶주릴 때
아껴두었던 주먹밥을 꺼내 제일 몸이
작고 약한 자신과 다마코에게 대부분
나눠주고 거의 굶다시피 했던, 식민지
나라 조선에서 온 친구 미자를
만주에서 겪은 특별한 일화는 소설의 중요한
복선이자 세 소녀의 파란만장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이루는 하나의 원체험이 되어
이야기를 힘차게 끌고 간다.
1장
제일 작았던 나
그런 나에게 제일 큰 주먹밥 덩어리를 주었던
키가 큰 욧짱.
다마짱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
두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
억새밭 가장자리에는 꼭대기에 철망을 두른
흙벽이 솟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언덕 뒤에서
보이던 초가지붕은 모두 그 벽 안에 있었다.
커다란 나무문이 좌우로 열리고 다마코가
탄 트럭은 그대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벽 안에는 굴뚝이 있는 초가가 반듯하게 줄을
맞추어 지어져 있었다. 집집이 한가운데 입구가
두 개씩 있고 좌우 한 집씩, 한 집에
총 두 가족이 들어간다.
다마코네 가족은 같은 마을에서 온 야에코네
가족과 한지붕 아래서 살게 되었다.
야에코네 집은 일흔이 넘은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야에오콰 사형제까지
식구가 여덟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다.
다마코는 신이 나서 야에코에게 재잘거렸다.
야에코 언니야 우리, 같은 집이데이
다마짱 너거 집이 오른쪽이가
우리는 왼쪽이고
다마코보다 한 살 위인 야에코가 물었다.
오빠인 하루히코가 웃음을 터트렸다.
가스나야, 배운지 얼매나 됐다고 벌써 까묵었나.
국민학교에 올라간 야에코는 막
좌우의 개념을 배웠다.
다마코는 오른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으로 들어서자 바로 봉당이 있고
아궁이에는 이미 불이 지펴져 있었다.
다마코 어머니는 미쓰코를 안은 채 부뚜막
앞에 쪼그려 앉았다. 다마코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 방은 하나로 트여 있고 창가 마루는
디귿 모양으로 한 단 높여놓았다.
바닥에는 나무 대신 결이 고운 거적을 깔아놓았다.
다마코가 신발을 벗고 올라가자 구들에
도는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다마코는 화들짝 놀라 봉당으로 뛰어 내려왔다.
2장
마리는 바다 구경을 좋아했다.
요코하마의 미하루다이에 있는 집
이 층에서도 바다가 보였지만 간토가쿠인
운동장으로 내려가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각별했다. 조난선을 달리는 도쿄행
급행열차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군함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파란 하늘이 파란 바다에 녹아들어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 속으로 풍덩 하고
곤두박질칠것만 같아 마리는 늘 기대고 있던
계단의 난간을 꼭 붙들고 바다를 구경했다.
아버지는 요코하마 항구에서 무역 일을 하신다.
마리가 신은 빨간 구두도 외국 과자도
바다에서 온다.
' 국내도서 정보 > 소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문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 by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 (0) | 2017.04.12 |
---|---|
[소설책]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 by 공지영 (0) | 2017.04.07 |
[소설책추천] 고슴도치의 소원 - by 톤 텔레헨 (0) | 2017.02.21 |
[추천소설책] 동급생 - by 프레드 울만 (0) | 2017.02.21 |
[추천소설책] 커트 - by 이유 (0) | 2017.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