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 - by 공지영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높고 푸른 사다리>라는
소설 책입니다.
우선 차례를 알아보겠습니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이렇게 3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지상에 머문다.
이어서 <높고 푸른 사다리>의
공지영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도가니>, <즐거운 나의 집>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고등어>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첫 르포트라주 <의자놀이>
앤솔로지<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21세기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엠네스트 언론상 특별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공지영 작가입니다.
특히, 도가니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책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저에게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였습니다.
괜히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고
새삼 한번 더 느끼게 되었던
작품이였습니다.
<도가니>이후로 5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입니다.
믿고 보는 공지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높고 푸른 사다리>
책소개를 하겠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은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누구나 살면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그해 세 사람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 이후로도 내게 난관은 있었고
그 이후에도 죽음은 있었으며 때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별도 있었지만
그해처럼 이별이 내 존재를 휩쓸고
간 적은 없었다.
아마도 그 이유의 대부분은 나의
젊음이 대답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때 나는 신부 서품을 앞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였다.
베네딕도 수도회나 프란치스코회의
수사든 가르멜 수도원의 일원이든
수도원 생활을 설명하기란 가톨릭
신자들에게조차 어려운 일이다.
세속적으로 물어 온다면 물론 단순하게
결혼을 하지 않고 정결을 맹세하며 재산을
포기한 채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
뭐 이렇게 답할 수도 있겟다.
누구든 수도사를 일컬어 자신이 숨겨두어
잊고 있었던 가장 심오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계를 떠난 사람 이라고 했다.
20세기 초 스페인의 한 젊은 수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라고도 했다.
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위해
과연 이런 몇 마디의 정의들이 그 대답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차라리 나는 그럴 때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수사 토머스 머튼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고 싶다.
보들레르나 랭보 같은 열혈 시인들은
그는 전도된 그리스도인이라 불렀다.
조금의 주저도 없이 말이다.
그는 결사적 각오로 죽음을 들여다보고
인간 무의 심연을 헤아리고 인간의
불확실성을 탐색하며 인간 해방을
부르짖었다는 이유로 동시대를 산
하이데거, 카뮈, 사르트르 같은
이들도 수도자에 빗대었다.
나는 그의 비유가 가장 맘에 들었다.
하나의 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의 생에 비유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이를테면 흘러가는 강물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세월, 시간, 인생 혹은 바람이나 구름
이렇게 흐르는 것들을 뺀다면 말이다.
매우 적극적인 듣기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넘어선 소리
감각을 넘어선 감각을 위해
침묵은 필연적이리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산책을 하다가
멈추어 서면 내 발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때 내 샌들의 밑창은 고무였기에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작은 소리에 가려졌던 무수한
소리들이 귓가로 다가왔다.
소나무 가지 위에 쌓였던 눈꽃이
푸수수 흩어지고 이파리 없는 가지들이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는 소리.
깊은 땅속 고물거리는 벌레들이
몸을 뒤척이는 소리
나무뿌리들이 아주 조금씩 깊은
데로 가느다란 발을 뻗는 소리.
그때 내 귀를 스쳐 가던 여린 바람
소리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내는 마찰음이었을까?
우주가, 신이 혹은 인간의 생이 아주
가녀리게 자신을 드러낼 것만 같은
순간들이 바로 그런 때였다.
그럴 때 가끔 내게 하늘이 홀연히 열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 같은 것이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해가 오기 전까지 수도 생활은
비교적 내게 잘 맞았다.
다섯 번의 일과 기도에도 제법
맛을 들였고 신학교로 편입하여
계속하였던 신학공부도 어려웠으나
신선했다.
선배 수사들과 장상들에게 신뢰도 받았다.
나는 세상을 해석하고 싶었고
우주를 통찰하고자 했다.
수도원 도서관의 높은 천장까지
닿은 키 책장들이 나는 좋았다.
거기에는 2000년이 넘은 그리스도인들의
지혜가 압축된 책들이 내 손과 눈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으리라
마음먹고 나는 날마다 도서관에
앉자 있었다.
그리고 독서에 지친 오후면 수도원
경내를 산책했다.
50년이 넘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조용히 줄 이어 서서 나를
격려해주는 듯했다.
아직 대학 캠퍼스에 머물려 술 마시고
학원을 다니며 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의 편지가 도착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국립공원 유원지에 그들을
두고 혼자 정상을 향한 등산길로
들어선 등정가처럼 나 자신을 느꼈다.
그것은 특별히 선택된 자가 누리는
호사 같았고, 내게는 스스로 선택된
자라는 오만이 물론 있었다.
스물 몇 살에 벌써 침묵의 맛을
본 자에게 자연은 현란한 선물들을
계절마다 쏟아부었다.
그해가 오기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살아온 내게
수도원의 침묵이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수도원에 도착한 날을 기억하는
것도 아마 침묵 때문일 것이다.
수도원은 W시의 역사 바로 뒤에 있었다.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본관 입구에서 용건을 꺼내자 문지기
수사님이 아빠스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면서
나를 안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머니가 전화를 해두신 모양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이 수도원을
자주 방문했었다.
그러나 이곳에 정주 할 사람으로서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언제나 이사 올 사람은 여행하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법이다.
수도원 내부는 겉보기보다 소박했고
긴 복도가 있었고 어두웠고 고요했다.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유명한
베네딕도의 말과 함께
당신이 진리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보다 더욱 침묵을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이 수도원 내부로 향하는
문 입구에 붙어 있었다.
휴대전화를 꺼주세요.
문지기 수사님이 약간 상투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끄는데 저잣거리에 서있던
내 청신경의 스위치를 누군가 차단한
듯했고 순간 마음의 기압이 변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 같은 것이
무중력의 목울대로 차올랐다.
이렇듯 소란의 커튼이 젖혀지자
침묵이 다가왔다.
침묵은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내 뼈와
살의 원천을 투시하는 어두운 거울 같았다.
그것은 일견 두려운 일이었다.
수도 생활을 각오하며 그 고요함을
동경했으나 침묵의 이 막강한 힘은
예측하지 못했었다.
실제로 그랬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머뭇거리면서 되돌아보았던 것 같다.
내가 타고 온 기차가 떠나는 기적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나는 내 짧은 젊음을 기차에 두고
내린 것 같았다.
소음들과 소망을, 열락과 구토를
초조와 울음을, 선망과 질투들을
다시 길고 부드러운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로 한발을 내딛는데
젖혀진 소음의 휘장틈으로
처음 알몸뚱이의 내 영혼이
언뜻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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