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움> - by 신미경


365일 책을 소개하는

Stories Book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은

<오늘도 비움>이라는

한국 에세이 도서입니다.


차근 차근 하나씩


물건은 비우고 취향은 채운다.

가볍고 우아하게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차례


1 절제된 차림

2 심플 미용법

3 작은 식생활

4 집에서, 슬로 라이프

5 생활철학을 소유하다


서문


집에서 느긋하게 쉬는 즐거움, 편안한

파자마와 따뜻한 차 한 잔,

멋진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한 권과

설레는 음악. 주말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쇼핑백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적어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비울수록

충만해지는 삶에 입문하게 된 

행운은 내 삶, 가장 최악의 시기에 찾아왔다.


4년 전 나는 강도 높은 업무에 늘 피곤했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마음에 여유는 

부재중이었고, 더 많은 성취와 보상을

꿈꾸며 조급해했다.


공허한 마음을 위한 특효약은 

쇼핑이었는데, 효과는 대개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


덕분에 늘 다음 달 카드 값이

걱정되어 일을 그만둘 엄두조차

내질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었는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난생 처음 생의 유한함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되었고,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대안적 삶을 찾아

참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심플 라이프

적게 소유하기


앞서 비우는 삶을 실천한 사람들의

조언 중 여백이 많은 삶이 우아하다는

이야기는 크게 공감해 하루에 하나씩

불필요한 소지품과 생각을 비워내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비움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남기고 싶은 만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으며, 마음속으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준다.


집안일을 적게 해도 되는 작은 집

가볍고 몸에 편안 옷

생활과 관계 모두에서 내게 불편함을

주는 것들과의 헤어짐.


홀가분한 마음이 최고의 보상이라면

예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해진

통장 잔고는 보너스로 따라왔다.


이 책에 담아낸 기록은 오늘도 비움을 

실천하며 찾아낸, 취향껏 일상을 

즐기는 이야기다.


물론 비우는 생활이 모든 고민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늘 지금에서 도망치고 싶고

공허한 삶을 물건으로 채우며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비움의 시간을 

가져보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펼친 모두가 아늑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리기를 바라본다.


절제된 차림


가벼운 클러치백 하나만 들고 다닌

뒤로 놀랍게도 신경과민이 사라졌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번화한

거리에서 가방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거의 없어서다.


얄팍한 짐 꾸러미 하나만 손에

들면 되니 세상 편한 외출이다.

<보그 파리>의 편집장이었던 

카린 로이펠드는 가방 없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모습에 쿨한 

파리지엔느의 멋을 느낀 뒤로 늘

가방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마저

사라졌고, 가끔 그녀처럼 가방 없이

밖을 나서기도 한다.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산다는 것.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데일리 백이었다.

가방의 무게가 삶의 무게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지하철로 통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한

소지품을 가득 담은 무거운 가방을

늘 들고 다녔는데, 덕분에 만성 어깨

결림과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렇다 해도 값비싸고 커다란 

가죽 가방은 포기할 수 없었다.


버리지 않은 영수증과 자주 가지도 

않는 카페 등에서 받은 스탬프 카드가

잔뜩 들어있는 지갑, 메이크업을 고치는

것은 어쩌다 한 번 립스틱만 바르면서

화장품이 가득 든 파우치를 챙겼다.


심지어 비상약과 휴대용 반짇고리도

가지고 다녔는데 내가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고, 주로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나의 준비성에 감탄하며 자랑스럽게

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손에 살며시 말아 쥐거나 팔꿈치와

팔뚝 사이로 우아하게 끼고 다니느

클러치백을 사용한 뒤로 가지고 

다니는 물건의 개수가 현저히 줄었다.


가방이 작다 보니 화장품도

꼭 필요한 립스탁과 작은 거울만

챙기고 온갖 카드가 가득한 지갑

대신 명함 지갑에 신용카드 한 장과

비상금 약간을 접어 넣는다.


휴대전화를 더해도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가방이지만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가방 속을 정리해서 혹시나 쓸모 

없는 것이 들어있는지 색출

해내곤 했다.


이제 플라시특 멤버십 카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대신하고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난 다음 영수증은 늘

버려달라 요청한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쓰레기가 

생기지 않아서 요즘은 가방 속을

정리할 일도 거의 없다.


가급적 신용카드를 쓰고 무거운

동전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데

혹시나 동전이 생기면 우선 사용

할 뿐 저금통에 모으지 않는다.


지폐로 바꾸려고 평일에 저금통을

들고 은행에 갈 시간을 내는 것이

아깝고, 나라에서 동전을 만들어내는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니 굳이

티끌 모아 태산을 실천할 생각이 없다.


내 주머니 속 동전 정도는

활발하게 유통시켜 버린다.


무엇이든 챙겨 가지고 다녀서

자신의 가방을 도라에몽 주머니라고

부르던 후배가 있었다.


데일리 백이 작아진 뒤로

아주 가끔 그 후배에게 티슈와 

같은 것을 빌리곤 했는데

도라에몽 가방의 소유자는

예전의 나처럼 무척 친절하게

무엇이든 빌려주었다.


가끔 내가 가방 없이 읽을 책

한 권만 들고 다니면 불편해

보였는지 책을 자기 가방에

넣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멋진 가방처럼 책도 나에겐 

하나의 액세서리 역할을

한다고 차마 말할 순 없었지만.


이제 나는 빌려주는 쪽이 아니라

빌리는 쪽이고, 자질구레한 것을

빌릴 수 없으면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가방 속에서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꺼내서 자랑하는 일이

내 일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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