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옷장> - by 임성민
패션의 태도에서 인생의 태도를 배웠다.
자신과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
<지식인의 옷장>
당신의 옷깃에 필요한 것은
향수가 아니라 교양이다.
때로는 과도하게 의미를 찾는 것보다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태도가
삶의 무게를 줄여준다.
패션이 바로 그렇다.
가볍다. 그래서 즐겁다.
STEP 1
패션은 판타지다
패션이 오글거리는 첫 번째 이유, 과장
패션의 과장은 패션을 패션답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하이패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패션브랜드 톰브라운의 2012 가을 패션쇼에서는
건장한 남성모델이 목이 파묻힐 정도로 어깨를
크게 부풀린 재킷과 여성용 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캣워킹을 했다.
과장은 패션을 가로지르는 에센스다.
개그콘서트<패션 넘버5>와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웹툰 <패션왕>은 패셔너블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여 서로의 패션을
뽐내는 내용이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아이템 파워숄더를
체육복에 매치해서 당시의 낭만과 추억을
보여주고 있어, 빈티지가 와인과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이 티셔츠 또한 12년을
숙성시켜 만든 극악의 간지템 숙성이 되면
될수록 더욱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원단 과학을
-웹툰<패션왕>중에서
<패션왕>의 과장은 허구가 아니다.
어깨에 패드를 넣어 만든 파워숄더는
80년대 패션 절반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고
12년을 숙성시킨 티셔츠는 하이패션 세계에서도
선호할 만한 아이템이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후세인 샬라얀이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던 것도
이런 숙성의 빈티지함을 패션에 활용했을 때다.
그는 철 가루와 함께 땅에 묻어 숙성시킨
실크 천을 이용해서 제작한 졸업작품인
탄젠트 플로우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패션은 판타지를 향유하는 분야이며
과장은 그 판타지를 만들어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거에 한
패션회사가 의류 매장의 마네킹이
일반적인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평균적인
신체 수치를 토대로 마네킹을 만든 적이 있다.
이러한 시도는 언론과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실제 회사의 매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서문
늙지 않는 얼굴은 없어도
늙지 않는 스타일은 있다.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만 고집했던
스티브 잡스를 두고 패션이 왜 그러냐고
지적했던 사람은 없다.
그는 스타일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비싸고 좋은 옷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람의 인상, 말투,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듯 스타일도 한 사람의 개성,
취향, 자존감 등이 세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결과다.
외모는 늙어도 스타일은 남는다.
스타일은 고유함에서 나오지만, 고유함을 얻으려면
보편의 지식이 필요하다. 여기, 유일한 당신을
위한 가장 보통의 패션이 있다.
읽는 즐거움과 입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이 책은 패션이 연예인이나 모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삶을 사랑하는
모든 현대인의 태도임을 알려줄 것이다.
김태희와 공효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옷을 잘 입는 사람과 못 입는 사람은
어떻게 나뉘는 걸까.
옷을 잘 입는데 대단한 기술이나
자본이 필요한 것일까.
패션을 다루는 직업의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확고하게 대답할 것이다.
유행을 따르거나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은 비슷한 스타일이 다양한
가격에 선보이는 영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럭셔리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원하는 스타일을 적정한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유행에만 급급한 사람에게
옷을 잘 입는다고 하지는 않는다.
앞니가 벌어져서 좋겠다.
광대뼈가 커서 좋겠다.
나도 짝눈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대화는 유명 패션모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단점으로 인식되는 외모도 패션의
영역에서는 독특함으로 승화되어 개성 있다고 평가된다.
예를 들어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멋진 얼굴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바네사 파라디나 린제이 윅슨은
앞니가 심하게 벌어졌다.
샤넬의 TV 광고에서 바네사 파라디는
활짝 웃으며 벌어진 앞니의 매력을 드러낸다.
랑방의 수석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는
다소 통통한 몸매를 가졌지만 옷을
잡 입는 디자이너로 유명하고, 환갑을
바라보는 패션디렉터 닉 우스터는 170cm가
채 안 되는 키지만 세계적으로 그의 패션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쌍둥이 아역배우 출신인 올슨 자매의
빈약한 몸매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훌륭한 외모의
기준과 거리가 멀지만 그들은 지금까지도 미국 내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손꼽힌다.
사실 패셔너블하기 힘든 외모는 없다.
그렇다고 옷을 잘 입는 데 아무런 기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다는 말과
패셔너블하다는 말 중에 후자의 기준이
훨씬 명확하고 객관적이다.
예를 들어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을 물어보면
가치곤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사람이
언급되는 반면, 패셔너블한 사람을 물어보면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이 언급된다.
미국의 주간지 <피플>을 비롯한 잡지사들에서
실시하는 외모가 아름다운 유명인을 묻는 설문과
옷을 잘 입는 유명인을 묻는 설문에 대한 결과를 보면
후자의 경우 상위 10인에 랭크된 사람들이 전자에
비해 많이 겹친다. 즉, 아름답다는 이미지보다
패셔너블하다는 이미지가 더 구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두 종류의 설문에서 상위에 랭크된 인물들이
서로 다른 것은 아름다움과 패셔너블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제니퍼 로페즈와 커스틴 던스트는
외모가 아름다운 인물로는 잘 언급되지 않지만
옷을 잘 입는 인물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전형적인 미녀라 불리는 배우 김태희와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지만 옷을 잘 입는
배우 공효진. 두 배우가 형성하는
이미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둘은 이미지 변화가 자유로운 정도에 차이가 있다.
전형적인 미남미녀에 비해 공효진, 김민희, 류승범 등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젊으면서 유동적인 느낌을 준다.
예외적이고 독특한 역할을 맡아 이미지를
전환하기도 쉽고, 그에 따른 외모 변화도
어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패션은 가볍고 유동적인 이미지일수록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그래서 김태희
보다 공효진이 상대적으로 패션의
영역에서는 보다 폭넓게 연출되어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주기 쉽다.
변화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패셔너블하다는 말을 바꾸면, 패셔너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어색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갑자기 머리를 밝게 염색하면 친구들이 어색하게
볼 것 같아. 티가 잘 안 나게 살짝만 염색해볼까.
그런데 또 너무 티가 안 나면 돈이 아까운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치마를 하나 샀는데,
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내일 치마를 입으면
다들 한마디씩 물어보겠지. 괜히 샀나.
그냥 바지 입고 가는 게 속 편하겠어.
평소에 안 입던 치마를 입는다든지
머리 색을 바꿔보는 정도의 변화에
머뭇거린다면 패셔너블해지기 힘들다.
사람들은 타인의 패션에 쉽게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오랫동안
수근거리지 않는다. 나의 변화된
패션에 대해 사람들이 건네는 말들을
가볍게 즐길 줄 알 때 패션의 맛도 알게 된다.
이제 패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알아보자.
당신은 오늘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야,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너 오늘 왜 이렇게 촌스럽냐?
어느 쪽이 당신의 기분을 더 상하게 하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촌스럽다는 말이
더 불쾌하다면 패션을 바라보는 당신의
태도가 아직 덜 자유롭다는 증거다.
패션을 대하는 태도는 가볍고 유동적이어야 한다.
변하기 힘든 개인의 성격에 대한 비판과 패션에
대한 비판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
패션은 하나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향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촌스럽다고 하면 오늘 패션은 나랑
안 어울리나 보네. 다음에는 다른 스타일로
입어봐야지 혹은 난 좋은데, 나랑 취향이
다른가봐 하면 그만이다.
하루의 옷차림에 대한 비판으로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촌스럽다는 말에 기분이 상해버리면
앞으로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패션을 향유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패션은 자존심 자체가 아니라
이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실제로 옷을 좋아하고 잘 입는 사람들은
패션에 대한 비판에 익숙하고 이를
즐기기까지 한다.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
나 오늘 패션을 바꿔봤는데 어때?
이 질문에는 자신의 패션이 타인의
눈에도 멋지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나의 패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그렇다고 패션이 무작정 내가 괜찮으면
됐다는 식은 아니다. 과거에 한 프로그램에
청치마를 입고 학교에 등교하는 남학생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다.
그는 바지보다 치마가 더 편하다며 남자가
치마를 입지 못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 <지식인의 옷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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